절반이상 "다른 공장으로 이전했거나 검토"
-대체 공장 없는 곳은 정부대책만 기다려
-정상화 후 사업확대 질문엔 모두 부정적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정민 기자, 김보경 기자]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은 공단 내 생산 물량을 중국, 캄보디아 등 제3의 생산기지로 이미 돌렸거나 조만간 옮긴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개성 공단에 대한 추가 투자를 보류하는 등 사업 확대를 포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본지가 2004년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 기업 15곳을 비롯해 지난 9년간 북한 핵실험,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등 각종 악재에도 조업해온 20개 기업 대표를 대상으로 8일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이 같은 응답이 주를 이뤘다.
개성 공단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한 대책에 대해 응답 기업 11곳은 '개성공단 생산물량을 다른 공장으로 이미 이전했거나 이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6곳은 중국, 캄보디아, 한국 공장으로 이미 이전을 완료했다.
지난 3일 북한이 개성공단의 진입을 금지한 직후 이전을 완료한 A사 대표는 "개성공단 내 생산물량을 캄보디아 공장으로 돌렸다"며 "(우리는)생산을 차질 없이 진행해 손실을 최소화시키고 있지만 해외 바이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거래선이 끊길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이전하지 않은 B사 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제품이 만들어지더라도 우리나라로 가져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지금으로선 공장의 정상가동도 의미가 없다"며 "개성공단 내 생산물량을 국내 및 중국 등으로 조만간 옮길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처럼 대체 생산기지를 확보한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봉제업체 C사 대표는 "당장 개성공단의 생산량을 돌릴 대체 공장이 없다"며 "제3국의 공장건설은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상황이어서 이번 사태가 기적적으로 해결되기만 바랄 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개성공단 정상화 후 사업 확대에 대한 질문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체 D사 대표는 "개성공단 사업을 확장하려던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E사 대표도 "이미 필요한 공장 증설을 완료했다"면서 "상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공단 사업을 추가로 확장할 계획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성공단 사업 초기 부지 분양을 받았던 F사 대표는 "언제 입주할지는 미정"이라며 "이렇게 불안정한데 어떻게 입주하겠느냐. 괜히 입주했다가 골치만 아파질 수 있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처럼 기업들이 개성공단 사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공단 폐쇄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정부가 판단할 몫"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의류업체 G사 대표는 "개성공단 사업의 지속 여부는 정부의지에 달렸다"며 "개성공단 물량을 최소화시키며 정부의 조치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H사 대표도 "최악의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상태"라며 "손실이 일어날 경우 최대 136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과 관련해서는 중국기업 유치 등 개성공단 국제화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식품 기업 I사 대표는 "중국 기업이 들어와 있다면 남북 갈등의 완충재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응답 기업은 "언론의 자극적인 대응으로 사태가 오히려 꼬이는 만큼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빠른 정상화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이정민 기자 ljm1011@
김보경 기자 bkly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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