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해마다 11월 청계천에서 주최돼 인기 축제로 자리잡은 서울등축제를 둘러 싸고 서울시와 진주시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진주시 주민들은 지난달 말 4000여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서울등축제 중단 촉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악의 경우 상경 집회는 물론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서울시는 "상생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4일 서울시ㆍ진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진주 지역 문화단체들은 서울등축제대응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해 "진주 남강 유등축제는 지방 도시에서 숱한 난관을 극복하면서 여러 단계의 정부 평가를 거쳐 우리나라 축제의 성공 모델이 됐다"며 "서울시는 남강 유등축제를 그대로 모방한 서울등축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이어 "진주 시민은 서울시의 어떤 변명도, 구실도, 회유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관광 행정의 편의주의와 수도권의 우월주의에 빠져 지방 문화의 독창성을 훼손하고 진주의 문화와 자산을 훔쳐 간 서울시는 각성하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앞으로 시민 서명운동, 서울시 항의 방문 등을 진행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상경 집회, 서울시 상대 소송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진주시 관계자는 "지자체의 인기가 있는 축제를 일부라면 몰라도 프로그램과 전체의 컨셉을 베끼다니 서울시는 창피하지도 않은지 모르겠다"며 "우리의 입장은 서울시가 무조건 서울등축제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서울등축제가 남강 유등 축제를 베꼈다는 주장은 사실과 맞지 않다"며 행사를 계속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담당자는 "유사한 것 몇가지 있다고 베꼈다고 주장하는데 서울등축제를 처음 준비했던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사례 조사에서 참고만 했을 뿐 기술을 모방하거나 전수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진주 주민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행사를 주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행사를 더욱 차별화된 내용으로 채워갈 생각이며 개최 시점과 참가 대상도 다른 만큼 현재도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진주시와는 상호 행사 참여ㆍ홍보 도와주기ㆍ비용 분담 등을 통해 상생 방안을 찾고 있으며 이미 3차례의 회의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는 2009년부터 매년 청계천에서 조선 시대 생활상 등을 주제로 3만여점의 등을 전시하는 '서울등축제'를 개최해 매년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서울 최고의 인기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진주시는 제1회 서울등축제 개최 직후부터 진주 지역 문화단체들이 2000년부터 진주 남강에서 진행한 '남강 유등 축제'와 프로그램이 거의 똑같다며 서울등축제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양쪽 지자체 공무원간 비공식적 협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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