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진과 잦은 만남 이어가
새 사업 '워크투게더 센터' 실시
전국 네트워크로 종합대책 추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중증장애인 취업은 경증장애인에 비해 훨씬 어렵습니다.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 또한 시간과 품이 더 많이 듭니다. 그렇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성규(52) 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중증장애인 취업에 힘쓰다보면 장애인 전반의 고용을 돕는 방식을 맞춤형으로 개선해나가는 성과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일성으로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업무를 시작한 2011년 초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작지 않은 변화를 일궈냈다. 중증장애인 취업률은 2010년 말 18.3%에서 2011년 말 19.1%로 1년새 0.8%포인트 높아졌다. 일반인에게는 미미한 변화로 여겨질 폭이지만, 이전까지 연간 증가폭이 0.1~0.4%포인트였음에 비추어보면 의미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28일 경기도 분당 장애인고용공단 집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중증장애인 한 사람을 어떻게 취업시킬까 궁리하다보면 우리 사회의 문화와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들려줬다.
중증장애인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근로지원인 지원이 필요하다. 근로지원인은 중증장애인이 취업 후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도록 돕는 사람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시력을 잃은 장애인의 눈이 되어주고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의 수화 통역을 도와준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21억원이었던 근로지원인 사업 예산을 올해 43억원으로 두 배로 늘렸다"며 중증장애인 취업 지원에 계속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 개인 역량 강화에 초점 맞춘다= 일자리와 관련한 그의 지론은 '맞춤형'이다. 이 이사장은 사업장이 먼저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맞춰줘야 하지만, 장애인과 관련 기관 역시 일할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이런 맥락에서 고용-교육-복지가 맞물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워크투게더 센터'를 새로운 사업으로 내놓았다. 워크투게더 센터는 장애학생이 졸업 전에 진로를 탐색하고 준비해 졸업 후 노동시장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교 교육과정부터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직무역량과 적응능력을 키운다.
그는 "기업은 장애인의 사회적응력이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며 "장애인이 일자리에서 잘 적응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세상이 어떻다, 조직문화가 어떻다 이런 교육까지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크투게더 센터는 서울ㆍ경기지역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 부산, 대구 등 6개 권역으로 확대됐다. 그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통해 얼개를 잡아 시작했다"며 "신규사업이라 지금은 뼈대만 있지만 차차 살을 붙여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내놨다. 향후 18개 지사에 워크투게더 센터를 확대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 이사장은 "개인의 역량이 강하면 일자리는 저절로 만들어진다"며 "장애 유무를 떠나 개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바꾸기 위한 직업훈련을 다시 받는 과정이 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개인의 직무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직업훈련을 꾸준히 제공한다. 개인이 훈련을 받고 싶다고 하면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그는 "교육시스템과 고용, 복지를 연계해야 한다"며 "경쟁력없는 회사는 망하게 놔두고 대신 회사가 무너져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교육을 통해 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장애인 고용, 어려움 여전= 이 이사장이 신규사업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서 장애인 고용에 힘을 불어넣고 있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기업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지 않다는 것. 2011년 말 기준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22%로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률 2.72%은 물론 평균 의무고용률인 2.28%보다 낮다. 그는 "장애인 고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식"이라며 "어떤 직군에 몇명을 배치해야 할지, 그런 고민을 하면서 장애인을 고용할 생각까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그의 업무 대부분은 기업 임원을 만나는 것이다. 여러번 만나 줄기차게 설득해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가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나눔누리'를 만들게 된 것은 그가 만들어낸 성과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모회사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미달할 경우 자회사에 고용한 인원도 모회사가 고용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곳이다. 자회사는 모회사가 자본금의 50% 이상을 투자한 곳이고 사업장 여건이 장애인들이 일하기 편해야 한다.
쓴소리도 내놓았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위반할 경우 내는 부담금이 약하다는 것. 그는 "부담금 자체가 '안 부담금'"이라며 "일각에서는 제도를 강화하자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업무가 과중한 사회복지사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도 밝혔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공무원 수는 1만496명으로 인구 1000명당 0.22명에 해당한다. 즉 사회복지사 1명이 약 4500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그는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은 취약계층의 서비스 질과도 연결된다"며 "장애인 취업을 위해 손발이 되는 직종의 사람들이 많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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