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乙 뒤바뀌고 예측못한 사람 깜짝 발탁… 청문회 공포에 안전빵 인선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관가에 '꺼진 불 다시 보기' 신드롬이 번지고 있다. 허를 찌르는 새 정부의 인선이 낳은 결과다.
산하기관처럼 다루던 연구기관 출신 상사를 맞은 공무원들은 한 마디로 패닉 상태다. 올드보이의 귀환 속에서 '사필귀관(事必歸官)의 원칙'도 재확인됐다. 정치권·법조계 출신 후보자들이 도덕성 문제로 내놓은 자리에 관가의 베테랑들이 돌아오고 있다.
1일 관가에선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발탁된 노대래 전(前) 방위사업청장 소식이 단연 화제였다. 공정위는 경제민주화 바람 속에 한층 위상이 높아진 소위 '뜨는 기관'이다. 행정고시 23회 출신의 노장이 방사청장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기용되리라 점친 이는 드물었다.
노 후보자 스스로도 취미생활인 요가를 즐기면서 애견 피터를 산책시키는 일에 마음을 쏟기로 결심한 뒤였다. 지방산행을 하면서 페이스북에 "공직을 그만두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스스로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는 얘기다. 전 방사청장인 장수만씨가 불미스런 일로 사퇴한 마당에 방사청장을 끝내고 다시 주요 자리로 가리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올드보이를 다시 불러들인 건, 해외비자금 조성과 세금 탈루 의혹 속에 물러난 한만수 전 후보자였다. 잇따른 인선 실패에 청와대는 조급했다. '검증된 구원투수'를 찾던 새 정부의 레이더에 노 후보자가 포착됐다. 기획조정실장을 지내 업무 조정에 능하며 차관보로 일하던 시절 물가를 챙겼던 경력까지 구미에 딱 맞는 후보자였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돌아온 현오석 전 한국개발연구원장도 깜짝 인선의 단례다. 현 부총리는 재정경제부 시절 경제정책국장을 끝으로 이렇다 할 보직을 맡은 일이 없다. 조직장악력이나 정책 추진 능력을 두고 평가가 엇갈렸지만, 새 정부는 손발 맞추기 쉬운 상대를 부총리로 낙점했다.
금융권에서도 뒤통수를 만지는 공무원들이 많다. 금융위원회 정찬우 부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발탁으로 뒤늦게 '웃목 인맥'을 챙기는 인사들이 늘었다.
금융위의 정 부위원장은 은행들이 십시일반해 만든 금융연구원의 부원장 출신이다. 연구원 부원장 시절 그의 대관 업무 파트너는 대개 사무관들이었다. 당시 정 부위원장에게 대접을 받은 사무관들은 좌불안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연구원에 미처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국·과장급 인사들은 가느다란 인연의 끈을 이어보고자 애쓰고 있다.
최수현 금감원장 발탁도 예상을 뒤집는 인선이었다. 최 원장은 경제학과 선후배들이 꽉 잡고 있는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생물교육과 출신이다. 주요 실·국을 두루 거쳤지만 핵심 보직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 원장 스스로도 "그간 빛이 안나는 과정을 거쳐 이자리에 오게 됐다"고 말할 정도다. 금감원 내에선 부원장 시절 최 원장을 가볍게 대했던 부원장보들이 좌불안석 중이다.
관계가 불편했던 노동연구원 출신 방하남 장관을 모시게 된 고용노동부도 표정 관리가 안 된다. 노동연구원은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이지만 주로 고용부의 정책 연구와 자문역을 맡아왔다.
두 기관은 2008년 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싸고 한 바탕 전쟁을 치른 일이 있다. 고용부는 노동연구원이 정책 방향과 다른 결과를 내놓자 용역 중단으로 맞불을 놨다. 연구원은 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며 고용부에 이를 갈았던 전력이 있다.
박연미 기자 ch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