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신차도, 바퀴도, 사람도 없다." '역대 최대' 타이틀을 내걸고 화려하게 개막한 2013 서울모터쇼가 이번에도 반쪽짜리 모터쇼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전시장을 예년 두 배 규모로 키우고 참가 업체도 늘렸지만, 정작 베일을 벗겨보니 덩치만 커졌을 뿐 내실은 없었다.
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국내 완성차 브랜드조차도 서울모터쇼에서 자사의 주요 신차를 월드프리미어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자동차 트렌드 제시, 비즈니스의 장이라는 모터쇼 본연의 성격이 발휘되기보다는 주말 나들이 행사가 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모터쇼가 매번 반쪽짜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첫번째 이유는 신차부재다.
올해도 '모터쇼의 꽃'이라 불리는 월드 프리미어는 단 9종에 그쳤다. 그나마 9대도 콘셉트카와 상용차 중심으로 이뤄져 양산차는 쌍용차의 W써밋에 불과하다. 최근 개막한 제네바 모터쇼에 월드 프리미어가 46종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제적 모터쇼로 도약하기까지 갈길이 멀다는 아쉬움이 절로 나온다. 국내 1위인 현대자동차조차도 대다수 주력 양산 신차들은 해외 모터쇼에서 공개하고 있다.
신차 없는 모터쇼에 글로벌 자동차업계 인사들이 몰릴 이유는 없다. 올해 서울모터쇼에는 세계 3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디렉터, 로렌스 반덴애커 르노그룹 디자인 총괄 부회장 등이 VIP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조차도 프레스데이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다수 수입차브랜드들을 본사 인사 없이 한국법인 대표만 자리했다.
참가업체 규모도 역대 최대라고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는 미국 빅3로 꼽히는 크라이슬러, 최근 국내에 론칭한 피아트,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은 물론이고 국내외 타이어업계도 불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람객들은 자동차보다 레이싱모델에 더 관심을 드러낸다. 서울모터쇼 개막 전 각 부스별 레이싱모델 배치도를 정리한 한 블로그와 PDF파일이 인기를 끈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예다. 올해도 비즈니스를 위한 방문객보다는 레이싱모델 사진을 찍기 위한 팬클럽이 더 몰리게 됐다.
고양=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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