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각국 공통점 별로 없어..경제규모 차이는 현격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달 26~27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담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전이 별로 없었다. 각국 정상은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에 합의했을 뿐이다. 지난해 인도 델리의 4차 정상회의 결과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게 없었다.
각국 정상은 특정 국가가 위기에 빠졌을 때 지원하기 위한 국제통화기금(IMF) 형태의 기금 1000억달러(약 111조1000억원) 마련만 합의했을 뿐 인프라 투자를 약속한 개발은행에 대한 논의는 오는 9월로 미뤘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브릭스 개발은행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브릭스에 공통점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최근 평했다. 상호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어 브릭스 개발은행 설립 논의는 진전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 규모 차이가 너무 크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나머지 4개국을 합한 것보다 크다.
지난해 브라질·러시아·인도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조달러 안팎으로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가장 늦게 2010년 브릭스에 가입한 남아공의 GDP 규모는 겨우 4200억달러다. 4개국의 GDP 합계는 6조5000억달러지만 중국의 GDP는 8조달러를 웃돈다.
앞서 브라질 언론은 각 회원국이 100억달러씩 출자해 총 500억달러 규모의 브릭스 개발은행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경제 규모 차이를 감안할 때 같은 규모로 출자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환보유고를 감안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브릭스의 총외환보유고는 4조4000억달러다. 이 가운데 무려 3조3000억달러가 중국의 것이다.
경제 규모가 다른 것은 각국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게다가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반면 인도는 늘어만 가는 무역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아프리카개발은행(AfDB)·미주개발은행(IDB) 등 이미 상당수 지역 개발은행이 존재하는 지금 브릭스 개발은행은 어떤 역할을 맡을지도 불명확하다.
브릭스 개발은행이 설립될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가 자국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구제금융에 사용하도록 계속 허용할지도 의문이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소재 신흥시장 연구집단 프로티어 어드바이저리의 마틴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는 "브릭스가 WB나 IMF에 대항할 은행을 빠른 시일 안에 설립하겠다는 생각이야말로 너무 천진난만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데이비스 CEO는 "WB나 IMF의 경우 2차대전 종전 뒤라는 특수 상황에서 설립이 가능했지만 지금 브릭스에는 당시와 같은 공통의 이데올로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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