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해운산업>②벼랑끝에 선 한국 해운산업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국내 해운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해운산업을 위한 금융기관 하나 없는 척박한 땅에서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한파와 싸워왔지만 이젠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해운업계 일각에선 돈을 구할 수 있다면 고리대금도 상관없다는 얘기가 스스럼 없이 나올 정도다.
◆3고(苦)에 빠진 해운업=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7343포인트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유로존 재정위기까지 겹치면서 BDI지수는 지난해 867포인트까지 폭락했다.
BDI지수 등 각종 해운관련 지표가 글로벌 악재로 곤두박질치면서 해운업 수입도 2008년 469억달러에서 2009년 244억달러까지 급감했다. 수요가 줄면서 멈춰선 배들이 늘었고 이는 고스란히 해운선사의 경영악화로 이어졌다.
실제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은 지난해 6379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1년 적자 8238억원까지 합하면 2년간 순손실은 무려 1조4617억원에 달한다. 현대상선 역시 지난해 998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STX그룹은 해운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국내 1위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을 공개매각 중이다.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인수자는 찾아볼 수 없다. 이외에도 국내 2위 벌크선사인 대한해운도 경기 파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경영이 악화되면서 해운선사의 부채비율은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 수준까지 치솟았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697.2%로 지난 2003년 449.9%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현대상선도 657.6%로 700%대를 앞두고 있다. STX팬오션도 2005년 74%에서 302%(2012년 기준)까지 상승했다. 장사가 안되니 빚(회사채)을 내 사업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해운선사들이 갚아야 할 회사채 규모만 1조7554억원에 달할 정도다. 선박도 팔고 정관 개정을 통해 자금 조달능력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올해를 넘기기 어려운 상태다.
◇와 닿지 않는 정책 = 27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총포럼 강연에서 대형 해운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중소 조선사에 '가격 후려치기'를 하고 있다며 해운선사와 대립각을 세웠다. 신임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조선소 편을 든 것이다.
이에 대해 해운업계는 신임 장관이 조선 및 해운산업 전반에 대한 시각 없이 본인 소관인 조선업체에 국한된 발언을 했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쉽게 말해 신임 장관이 업무파악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는 출범을 앞둔 선박금융공사와 국회 계류 중인 한국해양금융공사법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명했다.
선박전문금융기관이 설립된다고 해도 해운산업의 고립구도를 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지원대상이 너무 방대하다는 것을 들고 있다.
선박금융공사는 조선산업과 해양산업을 지원키로 돼 있다. 해양금융공사는 이에 더해 해양플랜트와 항만까지 범위가 더 넓다.
해운사 관계자는 "2~3조원대의 금융기관이 설립된다고 해도 해운업을 살릴 만큼 자금 조달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선업은 길게는 3년 가량 자금 회수기간을 두지만 해운업은 길게 20년까지 가야 한다"며 "자금 회수 기간이 짧은 쪽에 자금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해운사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장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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