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전 보상률 99%...해외사업 첫 공정은 신뢰"… TBO도로 신창민 소장·빈틴교 윤석봉 소장
[베트남 호찌민·하노이=배경환기자] 해외사업에서의 성공 여부는 발주처와의 ‘신뢰’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GS건설의 베트남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를 끌고 있는 두 명의 소장 모두 같은 판단을 내렸다.
호찌민시에서 빈로이교 사업을 끌고 있는 신창민 소장은 아부다비항만 서울사무소를 뒤로 하고 2011년 넘어왔다. 그야말로 베트남 2년차, 패기로 뭉친 열혈인이다. 하지만 GS건설내에서는 20년 토목 전문가다. 1991년 럭키개발에 입사, 기술본부 상하수도팀을 시작으로 토목사업본부 토목해외사업팀, 토목해외CM팀 등을 거쳤다.
하노이시 빈틴교 사업장 윤석봉 소장은 GS건설내에서 ‘명장’으로 불린다. 1980년 대림산업에서 럭키개발로 옮긴 뒤 국내 각종 토목현장에서 실력을 쌓아온 35년 경력의 베테랑이다. 현장에서 ‘왕 소장’으로 통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윤 소장이 받은 표창만 대통령 산업포장, 한국도로공사 표창상 등 1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패기와 노련미에 앞서 신뢰가 우선이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GS건설이 베트남 토목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발주처와의 약속이라는 얘기다. GS건설이 지난해 ‘비전 2020’을 통해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최대 거점으로 꼽은 것도 그동안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 신 소장과 윤 소장 모두 베트남을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저변을 확대하고 경쟁력을 키워야한다고 밝혔다.
◇신 소장, “먹튀는 필패”= “사회주의라서 의견취합이 쉬울 거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더 힘들다. 주민 이주 과정에서 모두의 의견을 반영해야하다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다행히 공사 초기단계부터 호찌민시 건축 관계자들과의 협의가 잘 이뤄져 지금은 발주처를 대상으로 더욱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 상업도시 호찌민시를 가로지르는 13.6km 길이의 TBO도로 건설을 책임지고 있는 신창민 현장소장은 그동안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사업초기, 구역에 포함된 4000여가구를 이주시키는 과정을 두고 한 말이다.
GS건설이 베트남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신뢰를 꼽았다. 특히 TBO도로 사업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신 소장은 “발주처의 물량을 수주하는 단순도급 방식이 아닌 선투자 방식의 ‘선진국형 개발 사업방식’을 도입한 사례로 이 사업을 통해 GS건설이 베트남에서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마련하는게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GS건설은 호찌민시 TBO도로 공사에 2억9000만달러를 직접 투입하는 대신 뚜띠엠, 미니신도시, 리버사이드, 리버뷰 팰리스 등 약 100만㎡에 이르는 토지를 받아내는 등 ‘신뢰와 시장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기술력도 발주처와의 신뢰를 쌓는데 빠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TBO도로 역시 GS건설만의 기술이 적용된 사업장이다. 쓰레기가 매립된 약한 지반을 강화하는데 쓰레기 처리 비용이 아닌 기둥을 통해 시멘트와 모래를 넣어 지반을 다지는 쪽을 선택했다. 신 소장은 “기존 개량공사가 아닌 새로운 공법을 통해 난공사를 수행한 결과물로 이는 토목기술의 최고치다”고 자평했다.
베트남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국내 기업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신 소장은 “길게 봐야한다. 5년도 짧다. 몇년안에 돈벌어 돌아가겠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며 “수년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시작되는게 해외사업으로 최근 몇년새 베트남에서 철수한 기업들도 사업성이 아니라 베트남 정부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의 경우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성장률이 다소 더디지만 건설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최근들어 많이 변하고 있다”며 “베트남 현지에서 능력있는 협력사를 찾고 이들의 기술력을 증대시키는 것도 국내 기업들이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고 밝혔다.
◇윤 소장, “YES, 자신있다”= “현장에서 내 별명이 왕 소장이다. 나만큼 경력이 긴 직원이 없다. 임원보다는 현장이 좋다. 이곳 사업장을 책임지고 끝내겠다.”
베트남 하노이시 홍강을 잇는 빈틴교 건설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윤석봉 현장소장은 이곳에서 ‘왕 소장’으로 불린다. 올해 나이 60세로 정년인 55세를 이미 훌쩍 넘었다. 1차 연장기간인 3년을 넘어 이제는 2년이 또 흘렀다. 건설명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GS건설의 판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빈틴교 공사 역시 최저가가 아닌 적정공사비로 사업을 수주한 최초 사업지로 기록돼 주목받고 있다. 쉽게 말해 싼값에 공사를 따낸게 아니라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술과 그에 따른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는 얘기다. 실제 입찰에 참여한 국내 업체 9개사 중 GS건설은 가격부분에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기술력에서 압도했다. 심사과정에서 GS건설이 해외에서 진행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게 이 사업 발주처 베트남 교통부 산하 PMU(Project Management Unit)의 설명이다.
본격적인 공사 시작전 보상이 99% 끝난 것도 고생을 던 부분이다. 덕분에 다른 사업체가 맡고 있는 인근 구간 공사보다 속도도 빠르다. 윤 소장은 “공사 시작 1년여만에 50%의 공정률을 넘겼다”며 “공사 속도가 빠르다보니 발주처에서 올해안에 공사를 끝내달라는 우스갯소리도 전한다”고 말했다. 발주처와의 호흡도 추진 원동력으로 꼽았다. 공사현장에서 나온 문제점들에 대해 2~3일내에 판단을 내려 공사가 지연될 여지가 없다는게 윤 소장의 설명이다.
올해로 GS건설(구 LG 포함)에서만 35년의 경력을 쌓아온 윤 소장은 빈틴교 뿐만 아니라 추가사업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빈틴교가 베트남 정부가 인정한 모범현장으로 꼽히는 등 GS건설에 대한 대내외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윤 소장은 “베트남 정부가 사전 조사를 통해 밝혀냈듯이 GS건설은 기술, 경험 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며 “여기에 내가 가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해 지금같은 브랜드 파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전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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