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승미 기자]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된 취임 1개월 선물은 그가 낙점한 고위직 후보자의 7번째 낙마 소식이었다. 25일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자진사퇴했다. 그는 "지난 주말간 고민이 많았다. 박근혜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내용의 사퇴 의사를 공정위 대변인을 통해 밝혔다.
한 내정자는 대형 로펌에서 20여년간 근무하며 주로 대기업의 이익을 변호해왔다는 점에서 공정위 수장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해외에 수십억원 대 비자금 계좌를 개설하고 세금 수억원을 탈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결정타를 맞았다. 또 25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전까지 청와대에 공식 통보는 없었다"며 "주말 새 불거진 의혹에 급히 자진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내정자의 자진사퇴는 새 정부 들어 7번째 빚어진 고위급 인사 사고다. 김용준 국무총리,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와 김학의 법무부차관 등이 줄줄이 물러났다. 인수위 시절 지명됐다 낙마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있다. 비서관 급 인선 과정에 불거진 잡음까지 합하면 낙마 사고는 더 늘어난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통령이 인사 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도 "제도 개선은 물론 관계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청와대 쪽은 현실적 한계를 거론하는 등 온도차가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과 수사는 다르고 역대 정권에서도 낙마 사고는 언제나 있던 것"이라며 내정자 본인이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자금이나 성접대 파문 등 고위층의 총체적 도덕 불감증이 아쉬운 대목"이라며 책임을 후보자 측으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신범수 기자 answer@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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