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 주민투표, 보상재원 마련 등 해결과제 산적
[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이 부도 위기를 모면하고 일단 정상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삼성물산이 1조4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코레일이 제시했던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호 손해배상청구소송 금지 등 일부 독소조항에 대한 출자사들의 반발이 여전해 향후 논의과정에서 세부 조건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상황이다. 또 코레일의 정상화방안이 서부이촌동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법이나 정상화 이후 사업계획을 담지 못하고 있어 아직은 단기 생명연장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 1조4000억원 랜드마크 시공권 포기=삼성물산이 결국 1조4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빌딩(트피플 원) 시공권을 포기하기로 했다. 코레일 고위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오늘(21일) 오전 중에 동의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코레일이 정상화 자금 2600억원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민간출자사 기득권 포기의 핵심 사안인 랜드마크 시공권 반납 문제가 매듭지어지면서 용산역세권개발 정상화에 대한 논의는 7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돤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사업이 파국으로 가는 것 보다는 일단 정상화를 통해 후일을 모색하는 편이 낫다는 손익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시공권과 연계해 매입한 전환사채(CB) 688억을 돌려받기로 돼 있는데다, 국내 건설사중 초고층 시공실적이 가장 많아 사업이 정상화 될 경우 앞으로 나오게 될 초고층 시공권 경쟁입찰에서도 삼성물산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이와는 별도로 사업부지 토지정화사업과 폐기물처리 등에 대한 미수금 271억원을 코레일이 결제하는 방안 등을 놓고 추가 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GS건설 등 16개 시공출자사(CI)들은 시공지분 20%에 대한 기득권 보장을 전제로 정상화 방안에 대한 협조 의사를 전달했고, KB자산운용 등 재무적투자자(FT) 들도 동참 의사를 밝혀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은 코레일 주도의 새판짜기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상호손해배상 청구소송 포기, 주주간 협약 변경 요건 등을 둘러싼 이견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 많은 상황이다.
◆서부이촌동 주민투표, 보상재원 마련 등 해결 과제 많아=앞으로 사업 정상화의 1차적인 관문은 서부이촌동 주민투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감정평가 후 주민투표’를 거쳐 사업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PFV)가 투표 결과를 반영한 개발계획 변경 신청을 하면 이를 승인하는 식으로 서부이촌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반대가 심한 일부 구역은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통합개발에 반대했던 주민들은 감정평가를 거칠 경우 구역해제 시점이 지연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찬성파들 역시 주민투표가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또 주민투표에 따른 향후 주민과의 법적 분쟁 문제에 대해서도 서울시가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드림허브와도 주민투표 과정에서 마찰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부 구역이 해제될 경우 땅값 재산정 과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출자사 관계자는 “서부이촌동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땅값이 8조원까지 늘었는데 일부 구역이 해제되면 개발 규모나 조망권 침해 등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땅값도 조정해야 하는 데 코레일이 이사회를 장악하면 제대로 조정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상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을 보면 연말까지 2600억원을 지원해 새로운 사업계획을 세우면 이를 바탕으로 내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수권자본금을 5조원으로 늘리겠다는 것 외엔 자금조달 방안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다. 코레일은 수익성만 보장되면 해외투자자든 국내 건설사든 3자 배정을 통해 증자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출자사들은 증자안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다른 출자사 관계자는 “주주사들조차 출자에 부정적인 데 4조원 규모의 증자가 쉽게 이뤄질 수 있겠냐”고 말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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