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아이슬란드에 이어 아일랜드와 키프로스로 번진 유럽 섬나라들의 재정위기는 경제규모 이상으로 비대해진 은행산업이 원인이라고 2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최근 위기에 빠진 키프로스 은행권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자산 규모는 750%에 육박하는 등 과도한 은행권의 몸집 불리기가 세 나라의 금융위기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높은 금리와 낮은 세금 등의 인센티브를 앞세워 외국자본을 경쟁적으로 유치했지만, 은행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늘어나 위기 국면에서는 외부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싱크탱크인 오픈유럽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키프로스의 지난해 은행산업 자산 규모는 GDP의 750% 수준으로 몰타(800%)에 이어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이는 유럽연합(EU) 27개국의 은행산업 자산규모 평균 비중이 GDP의 350%인 것과 크게 대조되는 수치다.
다른 재정위기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은행산업 자산규모 비중이 EU평균에 미달한다는 점도 세 나라 은행산업의 비대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아이슬란드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은행권 자산 규모는 GDP의 800% 수준에 달했다. 아이슬란드는 이 당시 고금리를 앞세워 유치한 해외자본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다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일랜드의 은행권도 같은 방식으로 몸집을 키웠다가 부동산 거품 붕괴로 집중적인 타격을 받았다. 은행권의 붕괴는 재정 위기로 이어져 구제 금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키프로스는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그리스가 위기에 빠진 영향으로 급격하진 않지만 완만한 속도로 재정위기에 빠져들었다. 은행권의 과도한 자본 유치 전략은 그리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의 부실채권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에서 '빅2'로 불리는 키프로스은행과 라이키은행의 과도한 경쟁도 금융 위기를 재촉했다. 키프로스 금융가의 분석가인 람브로스 파파도풀로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경쟁이 과열되면서 라이키은행이 무리한 대출을 확대한 것이 위기를 키웠다"고 진단했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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