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 14일 여수국가산업단지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다친 대형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사상자 17명 중 15명은 하도급 업체 근로자였다. 이 경우 현행 국내 법은 원청업체이자 사고발생 사업장을 운영하는 대림산업에 하도급 업체보다 가벼운 책임을 지운다. 1차적인 책임은 근로자를 직접고용한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의 불산누출에서 이번에 발생한 폭발사고까지, 하청근로자의 산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원청업체가 지는 책임은 작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용부는 이 방침에 따라 원청업체의 산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이르면 4월 초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하청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근로자를 고용한 하청업체에 있다. 하청업체는 산업안전법 23조에 따라 법 위반 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원청업체는 산업안전법 29조를 적용받는다. 하청노동자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안전ㆍ보건에 관한 협의체 구성 및 운영, 작업장 순회점검 등 최소한의 예방업무 책임만 있다. 이를 어겼을 경우 받는 처벌수위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이하의 벌금' 혹은 세부조항에 따라 500만원의 벌금에 그친다.
지난 2008년 1월 경기 이천의 한 냉동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하청근로자 40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원청업체 대표는 2000만원의 벌금을 내는 데 그쳤다. 2011년 7월에는 이마트 일산 탄현점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냉동기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근로자 4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탄현지점과 이마트 법인에 각각 100만원의 벌금을 물린 게 처벌의 전부였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정책국장은 "하청업체가 산재부담을 떠안는 구조이다 보니 원청업체는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 산재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안전, 건강은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원청업체도 하청근로자 산재에 대해 유럽수준으로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에서는 해당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원ㆍ하청 근로자를 구분하지 않고 원청업체가 책임지고 있다. '기업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만들어 기업의 안전관리 소홀을 강하게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했다. 독일은 원청사업주가 공동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위험정보를 제공해 하청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적절한 지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고용부 김규석 제조산재예방과장은 "그동안 원청업체에 대한 처벌은 신중하게 적용하다보니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도급이 불가능한 유해작업 기준을 확대하고, 원청에 산업안전법 23조를 적용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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