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자영업…명동·인사동 상가 임대료 폭등해도 법 보호 못 받아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영세 상인들을 위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지 못하도록 만든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주요 지역에 위치한 1층 상가 점포 중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는 점포 비율이 26.3%에 불과했다. 서울 명동에는 법적용 대상 상가가 0%다.
20일 상가정보업체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서울 시내 상가시설 밀집 지역 67개 지역에 위치한 대로변과 이면 거리 1층 5206개 점포 중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명시된 보호 대상은 1368개 점포다. 전체의 26.3% 수준이다.
서울 명동과 인사동 점포들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적용률이 0.0%로 자영업자들이 전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또 강남구청역 일대 1.8%, 교대역 3.1%, 신사역 4.1%, 종로 관철동 6.9%, 강남역 8.0%, 신촌역 9.0% 등이었다. 50% 이상인 상권은 시흥사거리, 동부시장(중랑구), 회기역(경희대 인근) 등 3곳뿐이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영세 상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2년 11월부터 시행됐다. 법에 적용되면 임대료나 보증금을 올릴 때 기존보다 12% 이상 올릴 수 없고 보증금을 다른 채권보다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이밖에 법에는 임대차 기간, 임대인의 계약 해지권한 등이 명기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환산임대가([임대료×100]+보증금)가 3억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 즉 보증금이 없을 때 월세가 3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하지만 보증금6000만원에 월 임대료 250만원이라면 환산임대료가 3억1000만원이 돼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그밖에도 과밀억제권역은 환산임대료가 2억5000만원, 광역시, 안산시, 김포시, 용인시, 광주시는 1억8000만원, 그 외 지역은 1억5000만원 이하여야 법이 적용된다.
수도권 신도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장경철 상가114 이사는 "수도권 신도시의 1층 3.3㎡당 평균 분양가가 3000만원을 넘어가고 있는데 이를 통해 분양가와 임대료를 수익률에 맞게 산출해 보면 최소 300만원 이상의 월세 수준이 나온다"면서 "신도시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 점포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이에 상가 임차인들을 위한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2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 등이 계약갱신요구권 기간 연장(5년→7년), 보증금 증액한도 인하(9%→7%),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설 등을 담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환산임대가 한도를 높이는 등 적용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내용은 빠져있다. 또 이전 국회에서 상가임대차보호법 관련 개정안들이 발의에만 그친 경우가 수차례 있었다.
조형섭 에프알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서울 시내 핵심 상권에서 상가 임대료 수준이 폭등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오르고 있는 반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법의 보호를 받는 상인들이 줄어들었다"면서 "5대 광역상권을 제외하고 나머지 중급지 이하 상권에서는 적어도 70% 이상의 임차인이 보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환산임대가 한도를 현실에 맞게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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