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칼퇴' 못하게 만드는 야근도 습관이네

시계아이콘02분 2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5 4 3 2 1…땡!'


저녁 6시가 되면 직장인들의 눈은 시계에 고정돼 있다. 6시 십여분 전부터 엉덩이는 들썩이고 마음은 초조하다. 그러나 '칼퇴'(정시 퇴근)를 할 수 있는 '간 큰' 직장인은 드물다. 혹여 누가 칼퇴라도 할 때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회사 일을 나만 하는지 할 일이 산더미고 상사 눈치 보느라 칼퇴의 '칼' 자도 꺼내지 못한다. 야근을 해야 제대로 일을 한다는 '이상한' 인식도 문제다. 직장인들은 "습관적인 야근 문화"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로시간은 평균 주당 41.4시간(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관련 통계가 구축된 1999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불황으로 기업들이 야근과 휴일 근무를 줄인 덕이라지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 놓고 보면 여전히 비교 불가 1위다. 2010년 말 기준 우리나라 연 평균 근로시간은 2256시간으로, OECD 평균(1764시간) 보다 1.3배가량 길었다. "열심히 살고 있구나"하고 스스로 위로할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야근 문화가 직장인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칼퇴' 못하게 만드는 야근도 습관이네
AD


◆일과 중엔 놀고 야근 땐 한 잔 걸치고…"왜 이리 '월급루팡'이 많아?"= 지난해 입사한 첫발을 내디딘 신입사원 박모(27)씨는 얼마 안 되는 직장 생활 과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직장 내 '월급 루팡(도둑)'이 많다는 점이다. 월급 루팡은 회사에서 하는 일 없이 월급만 축내는 직원을 일컫는 신조어다. 박씨가 몸담고 있는 팀 내 부장은 야근을 말 그대로 '밥 먹듯이' 한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코 골며 낮잠을 자고, 자다 일어나서는 몸이 찌뿌듯하다며 외근 나가는 척 사우나로 직행한다. 이럴 때 박씨는 생각한다. '오늘도 야근이구나.'

아니나 다를까. 5시가 넘어 사무실로 들어온 부장은 일이 많다며 자리를 지키고 앉았다. 야근한다고 다 같이 저녁을 먹고, 반주 한 잔씩 하다보면 8~9시는 우습다. 밥상머리 화젯거리도 업무가 아니다. 주식 이야기, 골프 이야기, 건강 이야기. 도돌이표를 찍고 나서는 한 시간 일하면 잘 할까, 이미 낮에 다 만들어놓은 자료 보고하고 끝이다. 박씨는 "야근할 생각을 하고 일은 대충하고 점심 때 놀다, 막상 야근 때는 저녁 먹으며 술 한 잔하고 피곤하다고 들어가는 식"이라며 "늦게까지 일을 한다고 잘 하는 게 아닌데 시간이 아깝다"고 털어놨다.


◆습관이 된 야근= 한 광고업체에서 일하는 김모 부장은 십수년간 '야근하는 문화'에 길들여진 습관을 한순간에 못 버리겠다고 털어놨다. 꼭 야근을 해야 할 상황이 아니지만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해야 일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젊은 시절 승진하는 즐거움에 몸이 부서져라 일한 결과가 이런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일 한다며 등한시했던 가족과도 살갑지 않고 하니, 몸에 밴 습관처럼 회사에서 늦게까지 남아 일도 할 겸, 저녁도 먹을 겸 책상에 앉아있는다.


◆"일 잘 한다는 소리 들으려면 어쩔 수 없어"= A 업체 마케팅부서에서 일하는 이모 과장은 매일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 얼굴만 본다고 하소연한다. 매일 야근에, 술 약속에 일찍 집에 들어가는 날이 손에 꼽힌다. 업무상 술 약속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야근을 할 때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업무가 밀려있는 것도 아닌데 부장 따라 사무실에 남아있어야 해서다. 혹여 먼저 간다고 하면 찍힐까 부장이 저녁 먹으로 가자고 하면 제일 먼저 따라 나선다. 이 과장도 항변할 이유는 있다. "같이 남아 야근을 해야 일 잘 한다는 소리를 듣죠. 야근하면서 하는 일은 없어도 늦게까지 있으면 일 잘 하고 열심히 하는 줄 알더라…."


◆"야근?…차라리 바짝 일하고 말지"= 올해로 입사 6년차인 임모(35)씨는 팀 내에서 야근 안 하기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일을 게을리하는 건 아니다. 다른 팀원들이 야근을 핑계로 저녁 먹으러 갈 때 임씨는 자리를 지키고 앉아 묵묵히 밀린 업무를 처리한다. 이렇게 1시간 반 일을 하고 임씨는 바로 퇴근해버린다. 그 시각 다른 팀원들을 저녁을 먹고 8시께 들어와 일을 하기 시작한다. 시작이 늦으니 끝도 늦을 수밖에. 아무리 빨라도 10~11시는 돼야 집으로 향한다. 꽤 늦은 퇴근길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무슨 일이 이렇게나 많은지 매일이 야근이라니까…."


임씨는 "1시간가량 바짝 일하면 끝날 텐데 저녁 먹고 커피 한 잔까지 마시고 나서야 잔업을 시작한다"면서 "일부러 일을 만들어 야근하는 것 같아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야근 피하기 위한 변명도 가지가지= 이런 습관적인 야근 문화를 반영한 설문 조사 결과(2012년)도 있다. 한 영양간식 브랜드가 직장인 1139명을 대상으로 '직장인들의 퇴근 문화'를 조사한 결과다. 직장인들의 40%가 '회사 업무가 많아 칼퇴를 하지 못한다'고 했고 '칼퇴를 하지 않는 직장 분위기', '상사의 눈치',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들이 하기 싫은 야근을 피하기 위해서 쓰는 비법은 '집안에 일이 생겼다고 말한다', '소개팅이나 선을 본다고 한다', '업무시간에 열심히 해서 일을 다 끝낸다' 등이 있었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