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계급장 떼고 합시다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화장 지운 맨얼굴이 보고 싶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신용등급 전망을 두고 국내외 신용평가사 간 입장이 엇갈리자(참고 2013년3월18일자 5면) 지난해 논의됐다가 잠정 연기됐던 '독자신용등급(이하 독자등급)'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객관적인 신용등급 부여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독자등급은 모기업(공기업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배제한 채 해당 기업만을 평가해 산출한 신용등급을 말한다. 대기업 계열사나 공기업 입장에서 독자등급이 도입되면 든든한 '뒷배'가 사라지며 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신용평가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독자등급 도입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그러나 하반기 웅진 사태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휘청이자 도입을 잠정 보류했다. 독자등급 도입 후 등급 강등 릴레이가 따르면 시장 충격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무디스가 "드림허브 디폴트가 코레일 독자등급(ba3) 악화로 이어지면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하면서 도입 논의가 다시 급류를 타고 있다. 국내 신평사는 든든한 정부지원을 이유로 코레일 신용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시장참여자들의 혼선을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평사의 평가방법론에는 독자등급이 핵심 잣대로 채택돼 있다. 이에 기반해 글로벌 신평사들은 국내 기업에 지속적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내 왔다. 지난해 말 S&P는 한국가스공사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도 독자등급을 'bbb-'에서 'bb+'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또 무디스는 지난해 8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면서 비금융 공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올리지 않았다. 해당 기업들의 독자적인 재무구조가 정부의 보증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매우 취약하다는 게 이유였다.
독자등급 도입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회사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한국개발연구원은 "신용등급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회사채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며 신용평가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큰 방향으론 독자등급 도입이 맞지만 지난해 각종 시장 리스크가 불거지며 유예기간을 가진 것"이라며 "시장상황을 주시하며 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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