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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못 믿겠소'… 기업 투자·가계 소비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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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지난해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가 크게 줄었다. 가계의 자금잉여 규모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자금 달린다는 기업이 줄고 가계의 돈은 남았다니 반가운 소식같지만,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복잡하다. 뒤집어 보면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지갑을 닫았다는 의미여서다.


특히 가계의 소비 패턴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심리가 냉각됐던 2009년과 유사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중 자금순환' 잠정치를 보면,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가 종전 76조9000억원에서 59조9000억원으로 20조원 가까이 줄었다. 설비투자 부진으로 돈 들어갈 일이 줄었다.


가계와 노조·학술단체 등 비영리단체의 자금잉여 규모는 86조5000억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 기간 가계의 소득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내수부진의 원인을 다시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내수의 흐름이 가처분소득 감소세보다 소비심리 위축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해 보인다.

이외에 일반정부는 일시적으로 한은에서 빌린 돈이 늘어 전년보다 자금잉여 규모가 소폭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되면서 국외 부문의 자금부족 규모는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가계는 소비를 줄여 자금부족이 줄거나 남는 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가계의 경제활동 위축에는 부동산 거래 실종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거래가 위축돼 가계의 대출·소비 수요가 큰 폭으로 줄었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지난해 말 기준 총 금융자산은 1년 전보다 6.4% 늘어난 1경 1618조원으로 집계됐다. 대출금 비중은 줄어든 반면 보험과 연금·채권·주식 등의 비중이 종전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강화(올해 1월)와 즉시연금 비과세 종료를(2월 중순) 앞두고 절세상품을 찾아 뭉칫돈이 이동해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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