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이사회 사이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세계적인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가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내놓으면서부터다.
ISS는 오는 22일 KB금융의 주총을 앞두고 이경재, 배재욱, 김영과 3인의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에 냈다.
보고서에서 ISS는 "KB금융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은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 때문"이라고 평가하면서 '정부 측 사외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할 것을 기관투자가들에게 권고했다.
ING생명 인수가 무산되면서 KB금융의 리더십과 독립성에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정부와 인연이 깊은 사외이사들이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앞세울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로 KB금융의 시가총액은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면서 신한지주의 시가총액과 2조5000억원 안팎까지 격차를 좁혔다가 최근 다시 5조원 가까이 벌어졌다.
ISS 보고서는 국내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주주들이 특히 많이 참고한다. KB금융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66%로, 실제로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KB금융 이사회는 14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보고서를 바로잡기 위해 법적 소송을 포함한 일체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경영진도 이 같은 이사회 결의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경영진을 바라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외향상 경영진이 이사회와 한 목소리를 냈지만, 이같은 보고서가 나오게 된 이면에 경영진의 입김이 있었다고 생각해서다. KB금융 경영진은 지난해 ING생명 인수를 추진하면서 "ING생명 인수를 포기하면 오히려 주가에 독이 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사회 설득 작업 등으로 3개월간이나 시간을 끌었지만 결국 이사회 표결에서 밀려 인수를 포기했다.
이와 같은 KB금융 이사회와 경영진간의 논란은 금융권의 지배구조 문제까지도 이어진다. 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사외이사들이 과연 제대로 된 판단을 하고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어서다.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 사외이사가 존재하지만, 실제로 사외이사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없다"며 "사외이사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예전부터 금융권에서 제기돼 온 문제"라고 전했다.
반면 특정 금융그룹의 경우 지나치게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경영진이 장기적으로 집권하면서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경우도 있다는 것.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강하든 약하든, 그룹 내에서 자꾸만 문제가 불거지면 해외 투자자들의 불신도 커진다"며 "능력있는 사외이사를 걸러내는 장치, 이사진을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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