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ㆍ고시출신 중용 '엘리트 선호' 의지 확실해
前정부 소외된 강원ㆍ제주 1명씩…지역안배 흔적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박근혜 정부의 차관급 인사는 서울대ㆍ고시 출신의 엘리트 공무원들로 채워졌다. 대부분 내부승진자로 꾸려져 공무원 사회를 다독이려는 의지도 보인다. 전(前) 정부의 첫 차관인사와 유사한 방향이지만 지역안배에 고심한 흔적도 있다.
13일 청와대가 발표한 13개 부처 및 국무조정실 차관급 내정자 면면을 보면, 이날 발표된 20명 중 18명이 내부에서 승진했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 내정자와 박종길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내정자만이 외부에서 영입됐다.
나 내정자는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과 교수로, 대선 기간 '반값 등록금, 사교육비 절감' 등 교육 관련 공약 마련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박종길 내정자다. 태릉선수촌장인 그는 사격 국가대표 선수 출신으로 1970∼80년대 한국 사격의 간판스타였다. 정통 관료가 아닌 체육인 출신의 차관 발탁은 '깜짝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나머지 18명은 모두 고시 출신의 현직 공무원이다. 행정고시 출신이 13명, 외무고시와 기술고시가 각 2명, 사법고시 1명이다. 서울대 출신이 10명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성균관대와 한양대가 2명, 연세대ㆍ전북대ㆍ광운대ㆍ전남대ㆍ경희대ㆍ서울시립대가 각 1명씩 배출했다.
이명박 정부의 첫 차관인사와 비교해 지역별 분포가 다소 바뀐 것도 특징이다. 서울ㆍ경기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고 영남 6명, 호남 3명, 충청 3명, 강원ㆍ제주 각 1명씩이다. 전 정부에선 첫 인선 25명 중 호남 출신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두 정부를 비교하면 호남과 충청 출신이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서울ㆍ경기 출신이 두 배로 늘었다. 영남은 비슷하다. 전 정부에는 포함되지 않은 강원과 제주 출신을 1명씩 기용해 지역안배에 신경 썼다. 차관 내정자 20명의 평균 나이는 55.5세로 전 정부 54세보다 조금 많아졌다.
이번 인사를 두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소관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적합한 인물로 선정했다"고 13일 말했다. 이날 내정된 차관들은 14일 오후 김동연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학교폭력 대책을 논의하는 차관회의로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않아 기획재정부 1,2차관과 국방부 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2차관, 해양수산부 차관 등 6명과 이번에 차장급으로 격상된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 7명의 인선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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