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이 투입한 돈 1250억 결국 날릴 판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용산국제업무단지 개발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사업 진행기간 중 국민연금공단을 이끌었던 수장들의 '의심스러운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연금이 용산개발 사업에 투입한 1250억원이 공중분해될 수 있는 상황으로 투자 과정에 대한 논란이 대두되는 터여서 주목된다.
우선 6년 전인 2007년 11월 김호식 11대 이사장(현 에프지자산운용 대표)은 삼성물산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용산개발 사업권을 얻는데 성공했다. 공단 내 리스크관리실은 해당 사업 투자에 반대 의견을 냈으나 외부자문사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사업대로 진행되면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묻혀버렸다. 당시 딜로이트 코리아 회장은 전광우 현 13대 국민연금 이사장이었다. 혜화초등학교 47회(1961년) 졸업 동창인 김 이사장과 전 회장이 절친인 만큼 투자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후 4년이 흐른 지난 2010년, 딜로이트는 용산개발 사업에 다시 이름을 내밀었다.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와 투자 유치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것. 드림허브는 딜로이트가 시설을 선매각하거나 전환사채(CB) 인수자를 유치하면 수수료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2010년은 박해춘 12대 국민연금 이사장이 용산개발 사업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로 자리매김한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로 2009년 불명예스럽게 국민연금 이사장직을 사임한 그는 이듬해 드림허브의 자산관리사인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으로 컴백했다. 6년간 약속 받은 연봉만 44억원인데 용산개발이 성공리에 마무리되면 36억원 가량의 특별성과급도 받기로 했다. 도합 80억원이다.
또 전광우 현 이사장은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 최영희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용산개발 투자금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자 "사업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문제가 되면 (투자금을)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답했다. 전 이사장은 지난달 이사장직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기금 1200억원 가량이 손실 위기에 처한 만큼 심각한 문제"라며 "전 이사장이 국감 자리서 약속한 만큼 퇴임 전 결자해지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공단 관계자는 "2007년 최초 투자 이후 추가투자는 없었다"며 "위탁운용사와 긴밀히 협조해 다른 투자자의 대응방향을 보며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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