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북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밝혔다. 최근 수일간 미 백악관과 국무부,국방부 관계자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방송진행자인 조지 스테파노플로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간결하고 분명하게 가이드 라인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 중국의 역할론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정부관료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직접 중국의 대북 변화를 거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국내 기류 변화를 자신한다는 의미다. 그는 " 중국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우려해 북한의 비행을 계속 참아왔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고 있다. 태도가 바뀌었다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는 없지만 중국이 다시 계산하고 '이제 손 쓸 수 없게 됐다'고 말하는 걸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희망적인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 언급은 양날의 칼을 노린 것이다. 일단 북한에 매우 위협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북한은 아직도 중국에 의존도가 높을 뿐더러 향후 협상 국면에서 중국의 간접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북한에 분명한 입장을 견지해야한다는 압박이 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기간 사실상 대북 정책이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해야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 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결과적으로 저지하거나 중단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내심 그동안 중국의 비협조와 방조가 결국 북한의 버릇을 잘못들였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중국의 대북 정책을 확고하게 변화시키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이와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을 과대평가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마 못할 것이다. 그럴 정도로 기술이 근접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는 오차범위를 싫어한다 "고 말했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한다는 단서는 달았지만, 북의 대미 위협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려는 의도다. 더구나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내가 취임 이전부터 핵무기를 보유하고 이를 개발해왔지만, 나도 미사일 방어(MD)를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 3차 핵실험에 이은 북한의 최근 위협은 미국과 아시아 동맹을 향한 이전의 호전적인 도발을 볼 때 더 위험한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신뢰 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결코 협상 테이블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나쁜 행동에 보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북한은 똑같은 행태를 반복해왔다. 갑자기 숟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고는 식량 원조나다른 양보를 얻어간다. 그리고 나서는 테이블로 돌아와 약간 협상하는 척하고는 지루해지면 도발적인 행동을 또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런 패턴을 깨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제재 무용론 및 협상 필요론에 대해 쐐기를 박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4년동안 해온 방식대로 그대로 북한을 다뤄나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한 전제조건도 다시 정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실험을 중단함으로써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고 미사일 실험을 끝냄으로써 시작할 수도 있다.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신뢰(회복) 조치는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한국 등 6자회담 당사국이 반응을 할 수 있게 대립의 악순환을 깨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조치를 먼저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 가능성을 미리 봉쇄해두진 않았다. 그는 "대화를 하면 그게 실제로 유용한 지 등의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 북한은 이미 우리가 진정 바라는 것(bottom line)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이 벌이고 있는 벼랑 끝 전술의 속내와 카드를 이미 읽고 있으니 이를 포기하라는 압박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과 미사일, 정전협정 등을 동원한 북한의 압박에 밀려서 협상 테이블로 나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다시 평양에 분명히 전달한 셈이다. 공은 다시 평양으로 돌아갔다.
김근철 기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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