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사태 후 4년, 경쟁사 임원 영입 등 파격적 조직쇄신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는 2009년 대규모 리콜 사태로 7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은 물론 재정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더 민첩하게 대응하는 도요타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었다. 4년이 지난 올해 도요타는 뼈를 깎는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도요타가 지난 6일 발표한 조직 개편안에 대해 '파격적인 변화'라고 평했다. 일본 기업들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 폐쇄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요타가 창립 이후 처음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데 대해 후하게 평가한 것이다.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새로운 피' 수혈이다. 기존 임원을 물갈이하고 조직을 개혁할 수 있는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경쟁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마크 호건 부회장이다. 호건 부회장은 도요타의 이사로 영입됐다. 도요타 출신이 아닌 두 일본인도 이사로 영입됐다. 16명으로 구성된 도요타 이사진에 도요타맨이 아닌 외부인사가 포함된 것은 창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도요타는 짐 렌츠 미 지사장을 북미 담당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조 후지오(張富士夫)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 남게 된다. 조 회장 후임은 우치야마다 다케시(山田竹志) 부회장이다. 새 회장에 지명된 우치야마다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개발 책임자다. 창업자 직계인 도요다 사장은 유임됐다.
도요다 사장은 지난 4년을 '도전의 연속'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인사가 위기관리에서 성장으로 방향을 트는 신호탄이라는 뜻이다.
도요타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최강자 모습을 다시 서서히 보여주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GM에 빼앗긴 세계 판매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1640억달러(약 17조원 상당)로 1000억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폴크스바겐보다 훨씬 크다. GM과 포드의 시가총액은 각각 폴크스바겐의 절반에 불과하다.
도요타의 주가는 최근 일본 주식시장이 살아나면서 크게 회복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6월 5590엔이었던 도요타 주가는 2011년 11월 2413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13일 현재 5034.76엔에서 거래되고 있다.
새로운 경영체제에 따른 사업 분할도 괄목할만한 대목이다. 도요타는 북미ㆍ유럽ㆍ일본, 중국ㆍ라틴아메리카 등 신흥시장,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 차량·엔진ㆍ변속기 등 사업 분야를 4개로 나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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