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청약률도 20~30%로 흥행 저조
기대수익률 낮아져 투자자 외면..발행 취소도 잇따라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저금리시대 대안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던 주식연계증권(ELS) 인기가 급전직하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주가지수 2000선을 전후한 횡보장세에 맞춰 설계한 ELS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시장참여자들의 구미를 당기는데는 역부족이다.
기대수익률이 은행 특판예금 금리 수준으로 떨어진데다 원금 손실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증권사마저 모집 청약금액이 워낙 적어 아예 발행 계획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형증권사 ELS청약률도 20~30%에 그쳐=6일 증권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ELS 총 발행규모는 4조4739억원 어치로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 만에 '4조원 벽'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외견상으로는 지난해 상반기의 인기가 되풀이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참여자의 실제 투자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0%수준을 유지했던 대형증권사의 ELS 청약률이 20~30% 수준으로 급락했다.
지난달 68종으로 가장 많은 ELS를 발행했던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총 4880억원 어치를 내놨지만 실제 끌어들인 자금은 1383억6200만원(청약률 28.35%)에 머물렀다. 발행을 계획했다가 투자자가 너무 적어 아예 취소한 ELS도 6종에 달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상품 설계구조상 투자금액이 너무 적을 경우 리스크 헤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고 털어놨다.
대우증권은 지난달 64종 3725억 어치의 ELS를 시장에 선보였지만 모집금액은 1157억원(31.06%) 정도에 그쳤다. 삼성증권도 43종 4040억원 규모의 ELS를 발행한 가운데 1362억원(33.73%)만 끌어들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증권사는 그나마 소매영업망이 잘 갖춰져 이 정도의 청약률을 이끌어 낸 것"이라며 "지점 수가 적은 중소형의 경우 한자릿수대 청약율을 기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기대수익률 급감…ELW시장 침체가 주원인=그동안 ELS가 시장에서 먹혔던 이유는 맡겨진 자산 상당부분을 국고채 등에 투자하고 일부를 주식이나 파생상품에 넣어 시장 평균수익률 이상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상품 설계 구조대로 주가지수나 종목이 움직였을 경우 연 8~10% 수익률로 조기 상환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주식연계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침체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금융건전화방안의 일환으로 ELW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제출을 제한시킨 바 있다. LP가 임의대로 매수 및 매도호가를 적어내지 못하게 해 조작의 여지를 없애기 위한 조치였지만 시장은 곧바로 얼어붙었다. 실제로 지난 1월 ELW 일평균 거래대금은 9900억원 수준으로 1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상장종목 수도 지난해 1만여개에서 최근 6800여개로 급감했고, LP역할을 담당했던 증권사 5~6곳이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
한 대형증권사 고위관계자는 "ELS 기대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 운용자산 일부를 ELW에 투자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하는데 그것이 여의치 않아 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며 "ELW 대신 여타 증권사 ELS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하다 보니 수익률이 종전보다 연 4%정도는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