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채권추심 뿌리뽑기 나서..
대출상환 일부러 피하는 악성채무자 가려내기도 과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악성민원'과 '꼼수추심' 사이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소비자보호제도를 악용해 빚을 갚지 않으려는 민원과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빗겨가는 베테랑 추심인들의 꼼수 때문이다. 특정 추심행위가 불법인지나, 채무자가 의도적으로 채무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만한 세부적인 기준이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5일 금융감독원은 불공정 채권추심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업계와 관련기관 공동의 태스크포스(TF)팀을 3~4월 두 달동안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12월 조사결과, 제3자 고지(309건)나 과도한 추심(177건), 사전 약속없는 추심(82건), 이중추심 등(기타 포함 246건) 특정 유형의 불공정 추심에 대한 민원이 빈번히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TF 발족의 목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불공정 채권추심 방지 및 소비자보호 강화, 그리고 이를 악용한 악성 민원을 줄이는 것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민원은 민원인과 추심인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시비를 가리기 힘들었다.
예컨대 민원인은 "나의 동의 없이 가족에게 채무를 알렸다(제3자 고지)"며 민원을 제기하지만, 채권추심인은 "여러차례 전화했으나 채무자가 연락을 피하고 잠적해 집으로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한다. 이 경우 몇 차례의 전화에 불응하면 의도적인 채무상환 회피로 간주할 수 있는지, 또는 연락두절을 이유로 가족에게 채무사실을 알린 것을 불공정이라 할 수 있는지 등이 시비를 가릴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세부적 판단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또한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상환토록 압박해 스트레스를 받고있다"는 민원인의 주장과 "성실히 상환하지 않는 채무자를 대상으로 한 정상적인 추심"이라는 채권추심인의 주장은 어느쪽이 맞다고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에 민원이 제기되면 곧바로 채권추심이 '중단'된다는 것도 악용의 소지가 있다. 귀책사유가 어느쪽에 있든 민원이 제기되는 동시에 채무자는 추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빚 독촉을 받지 않고 상환을 미루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추심에 실패하면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채권추심업체의 성과급체계도 민원발생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실상 추심을 위탁받은 금융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야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법망을 교묘히 피해서라도 무리한 추심을 하게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보호 강화 추세와 제도개선을 악용하려는 악성 민원인들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면서 "또한 어떻게든 대출금을 상환 받아야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전문 추심인들이 제도의 허점을 활용해 무리한 추심을 할 가능성도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럴해저드와 교묘한 추심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세밀한 틀을 만들겠다"면서 "발생가능한 선의의 피해자들을 가급적 줄인다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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