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78% 1위·서울 56%.. 매매기피·전세선호 계속될 듯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지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1년 새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값은 내리고 전셋값만 치솟았다는 얘기다. 취득세 감면 연장안과 분양가상한제 탄력 적용 등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주택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자 '매매기피ㆍ전세선호' 현상이 심해지며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5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3.9%였다. 2002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지역별로는 광주가 78.2%에 달했고 경북(75.5%), 대구(74.8%), 울산(73.0%), 전남(72.8%), 전북(72.1%), 충북(69.5%), 충남(69.1%), 강원(68.9%), 제주(68.3%), 대전(68.0%)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 평균을 모두 웃돌았다.
서울은 55.7%로 전체 평균치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2001년 12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1년 9~10월 64.6%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해 2009년 1월 38.2%까지 낮아졌다. 그러다 2009년 2월부터는 한 번도 떨어지지 않고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며 주택을 사지 않고 전세만 선호하는 현상을 반영한다. 전국 집값은 8개월째 하락 중이며 수도권에서는 16개월 연속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22개월째 하락세다. 이에 비해 전국 전셋값은 48개월 연속 상승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예전에는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가격을 밀어올렸으나 지금은 이와 관계없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 특별한 모멘텀이 없으면 이같은 전세가율 상승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취득세 감면 연장안 등 각종 부동산 거래 활성화 방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고 부동산 종합 대책도 힘이 빠진듯한 모습이어서 주택시장 약세현상은 전세입자들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동향자료는 수요자들의 주택 구매력은 개선된 것으로 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집값이 떨어지고 금융기관 대출 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주택구매력지수(HAI)는 159.0으로 전 분기인 같은 해 9월 157.0에서 15.3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주택구매력지수는 소득 수준이 중간인 가구가 금융기관에서 일정 수준의 대출을 받아 중간 가격의 주택을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현재 소득으로 대출원리금 상환액을 부담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수다.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주택 구입에 따르는 부담이 적다는 뜻이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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