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여건이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대외 상황마저 꼬이는 모습이다. 일본ㆍ유럽연합(EU)ㆍ미국 등 주요 교역 상대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돈을 풀어대며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일본 아베정권은 그저께 적극적인 양적완화론자인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차기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했다. 일본이 엔저 정책을 보다 강력하게 오래 지속하리라는 신호탄이다. 원ㆍ엔 환율은 1년 전 100엔당 1379원에서 어제 1183원으로 14% 떨어졌다.
유럽은 여전히 세계 경제의 화약고다. 진정되는 듯했던 재정위기는 진앙지인 포르투칼ㆍ아일랜드ㆍ그리스 등 주변국에서 'FISH(프랑스ㆍ이탈리아ㆍ스페인ㆍ네덜란드)'로 불리는 중심국으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지난 24~25일 이탈리아 총선 결과 연립정부 구성이 불투명해지자 그동안 추진해 온 긴축정책이 후퇴하리란 우려가 시장을 엄습했다. 이탈리아는 물론 이웃 스페인의 주가와 금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유로화 가치가 급락했다.
미국은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이 다음 달 1일로 코앞인데 백악관이나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서로 나몰라라하고 있다. 시퀘스터가 발동돼 850억달러의 예산이 삭감되면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한국 제품의 수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내외 여건이 본격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 상황이 일시적인 요인이 아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누적된 문제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변수가 녹록지 않을수록 냉철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정공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하지만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넉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제야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금융시장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할 금융위원회의 수장은 어제 사임해 공석이다. 경제 부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열리지도 않았다. 환율 안정과 함께 급격한 외국자본 이동을 억제하는 등 정책 대응이 공백 상태다. 여야는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을 빨리 마무리해 경제 컨트롤타워를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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