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용량 커졌지만 소모량은 더 커져...안전성 등 개발 까다로워 보조 장치 인기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에너자이저처럼 오래 가는 스마트폰은 없을까. 화면 크기, 해상도, 속도 등 다른 성능은 다 좋아졌지만 스마트폰에서 유독 발전이 더딘 부분이 있다. 바로 배터리다. 절대적인 성능은 개선되고 있지만 다른 부품 사양이 높아져 배터리 소모량이 늘어나는 만큼 체감 성능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가 다른 스마트폰 부품과 비교해 개발 속도가 더디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보조 수단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크기, 해상도, 카메라, 속도 등은 해마다 최대 2배 이상으로 성능이 향상되는 반면 배터리는 개발 속도가 더뎌 이 대신 잇몸을 선택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기준으로 2010년 갤럭시S는 1500밀리암페아(mAh), 2011년 갤럭시S2는 1650mAh, 2012년 갤럭시S3는 2100mAh를 탑재했다. 배터리 용량은 늘어났지만 사용 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속도를 좌우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1개, 2개, 4개로 증가했고 화면 크기는 4인치, 4.3인치, 4.8인치로 확대됐으며 지원 통신 방식은 3세대(3G), 초고속패킷접속플러스(HSPA+), 롱텀에볼루션(LTE)으로 개선돼 배터리 소모량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배터리 성능이 크게 개선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체감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삼성SDI 관계자는 "스마트폰 배터리의 경우 크기는 비슷하게 가져가고 용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크기 자체를 확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용량을 크게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휴대폰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은 배터리"라며 "혁신적인 소재나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수많은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환경 문제도 얽혀 있어 빠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배터리 자체보다는 보조 수단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보조 배터리가 대안 중 하나다. LG전자는 최근 대용량 충전기를 출시했다. 앱스토리가 스마트폰 액세서리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보조배터리가 36%로 1위를 차지하며 보호필름(28%), 케이스(20%)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요가 많은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에 무선충전 기능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제조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성능이 높아지고 고용량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하루를 못가 배터리가 닳는 경우가 많다"며 "무선충전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커피숍, 버스 등 집 밖에서도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MS리서치에 따르면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휴대폰 시장은 2015년까지 1억대 이상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브라운관 등 화면의 경우 70년 이상 기술 개발했지만 배터리는 개발 역사가 짧다"며 "소비자가 배터리 성능이 확연하게 높아졌다고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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