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아,저詩]문정희의 '곡비(哭婢)' 중에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0분 30초

사시사철 엉겅퀴처럼 푸르죽죽하던 옥례 엄마는/곡(哭)을 팔고 다니는 곡비였다.//이 세상 가장 슬픈 사람들의 울음/천지가 진동하게 대신 울어 주고/그네 울음에 꺼져 버린 땅 밑으로/떨어지는 무수한 별똥 주워 먹고 살았다.//(......)//엉겅퀴 같은 옥례야, 우리 시인의 딸아/너도 어서 전문적으로 우는 법 깨쳐야 하리(......)


문정희의 '곡비(哭婢)' 중에서


■ 지난 일요일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안동 지나 청송 부근의 동료 상가(喪家)에 다녀왔다. 여긴 상례(喪禮)의 기풍이 살아있었다. 상주들이 호곡을 했고, 딸네들의 처연한 울음도 가끔 묻어나왔다. 내놓은 음식에는 경상도 제사상에 오르는 삶은 문어가 가득 담겨져 있다. 특히 안동사람들은 문어가 '글자(文)를 품은 고기(魚)'라 해서 아낀다. 그 속에 먹물이 들어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우물우물 군자고기를 씹으면서 '곡하는 상가'를 오랜만에 본 감회들을 털어놨는데, 자연스레 곡비(옛날 비용을 받고 전문적으로 곡해주던 여인) 이야기가 나왔다. 문정희는 옛 곡비 옥례엄마를 떠올리며, 시인이야 말로 울지 못하는 뭇사람들의 슬픔을 대신 처연하고도 아프게 울어주는 곡비가 아니냐고 가만히 묻는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