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부 부장
새해 벽두부터 투자자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저금리 심화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까지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예상보다 크게 하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과 저금리 기조로 안전자산과 중위험·중수익 상품이 각광을 받았다면, 올해는 절세를 통한 세후 수익 관리가 자산관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금융권의 '절세'바람이 펀드시장에는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올해 주목해야 할 펀드를 사자성어로 풀어봤다.
재형저축- 화광충천(火光衝天, 불이 하늘을 찌를 듯이 몹시 맹렬하게 일어난다). 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은 연봉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인 개인사업자가 상품을 가입하고 7년 이상 유지시 소득세가 면제되는 적립식 비과세 상품이다. 해가 갈수록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적립식 투자를 다시 부흥시키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요건은 가입시점에만 충족하면 되므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편이 좋다.
신연금저축- 환골탈태(換骨奪胎, 새롭게 다시 태어나다). 기대수명 증가와 세제 개편으로 12년 만에 대대적으로 제도가 정비된 신연금저축도 주목해야 한다. 가입연령제한을 없애고 납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시킨 대신, 연금 수령기간은 최소 15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은퇴 전에는 짧게 납입하고, 은퇴 후에는 길게 받아 안정된 노후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도 개편의 취지다. 개정안이 워낙 광범위한 만큼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변경 사항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주식형 펀드- 기사회생(起死回生, 죽을뻔하다가 살아남). 지난 한해 6조 이상의 자금이 유출된 국내 주식형 펀드가 절세 상품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매매차익 비과세로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증가에 따라 세금 부담을 피해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인컴펀드- 교토삼굴(狡兎三窟, 꾀 많은 토끼는 굴을 세 개나 준비해 위기를 대비한다). 글로벌 투자환경의 변동성이 커지고, 저금리·저성장 추세가 고착화되면서 안정적인 인컴(Income) 확보가 투자의 초점이 됐다. 방향성을 가늠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예금금리+a의 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이자나 배당을 주는 채권, 고배당주, 부동산 리츠 등에 분산투자하는 인컴펀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본토펀드- 권토중래(捲土重來, 한 번 패했다 세력을 회복하여 다시 쳐들어옴). 수년간 부진을 면치 못했던 중국본토펀드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중국본토펀드는 15%가 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고, 11월 말 상장된 '한국투자 KINDEX 중국본토CSI300 ETF' 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20% 가까운 수익을 얻었다. 시진핑 시대가 개막되면서 신정부가 내수 중심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 주식시장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분간 중국본토펀드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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