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오늘 사형선고 받으러 왔습니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신규편입 회의에 참석한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사형선고'라고 표현할 만큼 제빵업이 중기적합업종에 선정된 이상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5일 동반성장위원회는 제빵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본회의에서 심의,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지난 해부터 끌어온 '프랜차이즈 빵집 대 동네빵집'간 빵전쟁이 일단락됐다. 이번 최종 결정으로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등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들은 연간 총 점포 수의 2%를 초과해 신규 매장을 낼 수 없게 됐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신규 매장 2% 출점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의 출점은 사실상 회사가 역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경제성장률이 2.8%였다"며 신규 매장 출점을 2%로 묶도록 했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2% 성장은 유 위원장이 말한 경제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500m 거리제한까지 겹치면 사실상 2% 출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아울러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경우 기존 동네빵집이 있는 곳이라면 무조건 반경 500m 이내에는 신규로 출점하지 못한다. 이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 가맹점에서 반경 500m 내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신규 출점을 금지하는 제과ㆍ제빵분야 가맹사업 모범거래기준과 중복되는 것으로 이번 500m 제한은 '가맹점' 외 '동네빵집'까지 확대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중규제'라고 반발했지만 최종 논의에서 이는 수용되지 않았다. 모범거래기준 발표 이후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점포 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파리바게뜨는 모범거래기준 도입 이전인 지난 해 3월 말 대비 출점 수가 반년 만에 30개에 그쳤고 뚜레쥬르는 5월 이후부터 매장 수가 10개 가량 순감했다. 기존 동네빵집 반경 500m 내에도 출점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해당 업체들은 "사실상 신규점포를 내지 말란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앞으로 신규출점하는 매장은 한달에 5~6개에 그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있는 직원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서울에는 이미 500m 거리제한에 걸리지 않는 상권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에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신규 점포를 찾아보기란 어렵게 됐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동네빵집을 500m 거리제한에 포함시키면 뚜레쥬르는 신규 점포를 낼 수 없게 된다"며 "서울에서는 거의 새 점포를 낼 수 있는 곳이 없어 신규 점포를 낸다고 하면 신도시 등에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 출점 수보다 폐점 수가 많아져 역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파리바게뜨는 이번 거리제한 규제로 자연폐점 매장이 연간 100여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존 매장들은 월 3~5개씩 이전, 양도 등으로 유지되어왔지만 인근에 동네빵집이 있다면 500m 거리제한에 걸려 이전 및 양도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동반위는 매장 양도시 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했다.
고용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당 평균 5.5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진다"면서 "매장이 없어지니 이만큼의 직원 수가 감소하는 것은 물론 본사 상품개발 담당자 등의 신규 채용이 더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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