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오렌지, 바나나, 미국산 쇠고기 등 지난해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온 농식품의 수입 총액이 330억달러를 넘어섰다. 우리나라가 수출한 농식품 총액(80억달러)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규모다. 농식품 분야의 무역 적자가 250억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2000년 이후 잇단 시장개방으로 무역 적자 규모는 갈수록 확대돼 10여년 만에 4배 가까이 커졌다.
농식품 수출의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는 정부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농식품 수출 증가를 꼽고 있지만 수입까지 놓고 보면 농식품 무역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식품 수출입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농식품 수출액은 80억700만달러, 수입액은 334억15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수출ㆍ수입액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져 지난해엔 254억800만달러(한화 28조원)에 육박했다. 2000년의 적자 규모 68억700만달러와 비교하면 3.7배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 자유무역협정(FTA)이 급진전 된 이후 농식품 수입액은 급팽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08년 200억달러, 2011년 300억달러를 차례로 돌파했다.
농식품 최대 수입국은 미국이다. 미국산 농식품 수입액은 2009년 45억9000만달러, 2010년 59억6000만달러, 2011년 77억600만달러 등으로 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고유가와 함께 연일 이어진 기상악화로 인해 과일류를 비롯한 농산물의 가격이 높아져 오렌지, 바나나, 체리 등 과일 수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농축산물의 수입액과 물량이 모두 크게 늘어났다"며 "FTA 등 잇단 시장개방 조치에 농식품 수입이 급증한 데다 배추 파동, 삼겹살 파동 등으로 물가가 출렁일 때마다 정부가 수입 농산물 카드를 꺼내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농산물 생산이 줄어들고, 대형마트 중심으로 과일류 등 수입농산물의 직공급 확대 등으로 농산물 시장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