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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화된 '변호사 밥그릇 챙기기' 기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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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선출과정서 직역 이기주의 지적에 "내부 목소리 공론화" VS "공익 악화 우려"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변호사 업계 내부에 쌓여온 '직역 이기주의'가 변호사 단체 대표 선출을 틈타 표면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갖는 공익적 측면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한편에선 변호사 업계 내부의 개혁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1일 위철환 신임 47대 대한변호사협회장(55) 당선에 이어, 28일 나승철(36) 변호사가 92대 서울변호사회장에 당선했다. 전국 1만2000여명의 변호사와 그 중 가장 많은 9100여명이 속해 전국 사건의 80%를 소화하는 조직의 신임 대표 두 사람은 모두 이른바 '비주류'에 속하는 이들이다.

판ㆍ검사를 거치지 않고 개업한 非전관에, 非서울대 출신, 非서울 출신(위 회장), 이제 갓 5년차를 맞이한 청년변호사(나 회장)다. 그러나 이를 '비주류의 부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만은 없다는 우려가 크다. 변호사 사회 내부의 직역이기주의 바람이 이들을 당선으로 이끌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한변협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국내 변호사들을 대표하며 대법관, 특별검사, 검찰총장 등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서울변회의 경우 운용예산 규모만 변협의 5배로 변호사 사회를 움직이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오히려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사회적 책임의 무게에 비춰볼 때 두 수장이 내세운 공약 중 상당수가 변호사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은 이번 선거 과정에서 청년변호사 일자리 창출, 사법시험 존치 내지 예비시험제도의 도입, 변호사의 직역 확대 및 변리사ㆍ법무사 등 유사직역의 소송대리 제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는 변호사법 1조가 무색할 만큼 변호사의 이익과 위상 유지에 치우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법조비리 척결과 변호사 증원(40대), 인권수호와 정부실정 비판(42대), 판결정보 공개(45대) 등 변호사의 공익적 측면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편에서는 변호사 업계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들이 이제야 공론화됐다는 주장도 있다. 변협과 서울변회의 새 수장을 당선으로 이끈 원동력은 '비주류ㆍ청년'으로 꼽힌다. 서울변회의 경우 3200여명에 달하는 20ㆍ30대 변호사를 포함해 전체 3분의 2가량이 경력 10년 미만 변호사로 알려져 있다.


서울의 한 30대 변호사는 "그간 대형 로펌이나 전관 출신이 서울변회를 이끌었고, 직선제 도입 이전엔 서울변회가 추대하면 곧 변협 회장이 됐다"며 "먹고 살 만한 분들이 공익을 강조하며 성명ㆍ논평을 내는 사이 고용변호사들은 휴가 낼 틈도 없이 하루 열 몇시간씩 일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사단체 역시 '이익집단'의 하나인데 그간 업계의 현실과 동떨어진 채 운영됐다는 취지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유사직역에 대한 소송대리 제한은 직역 이기주의가 아닌 법률전문가로서의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다듬어 지지 않은 주장이 1ㆍ2심에서 패소하면 법률심은 결국 변호사가 맡게 되며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업계 내부에 흐르는 기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에서 높다. 한 중견 변호사는 "공약의 방점이 어디 찍혀 있느냐에 따라 예산운용에서부터 많은 것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업계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 기존 변호사 조직 내부에 대한 개혁도 과제지만 그런 움직임이 자칫 공익성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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