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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의심 거래' 신고해도 방치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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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의심거래 93%, 일손 없어 방치
FIU 상주 검사 한 명이 하루 1110건 결정
은행 지점이 VIP 숨겨주고 엉뚱한 보고하기도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무허가로 가짜석유를 만들어 판매하던 A씨. 그는 다른 사람 명의로 위장 사업장을 만든 뒤 탄산수 용제를 혼합한 가짜석유 2만ℓ를 만들어 최근까지 팔아왔다. A씨는 범죄 행위를 숨기려 타인 명의의 통장을 만들었고, 이 통장을 이용해 수익금을 관리했다. 차명계좌라 은행 창구는 드나들지 않았고, 은행의 자동화기기(ATM)만을 이용해 수천만원의 현금을 입출금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A씨를 '자금세탁의심거래(STR)' 혐의자로 신고하면서 그의 범행 일체가 드러났다.

A씨와 같이 범죄행위로 얻은 '검은돈'의 금융 거래가 시중 은행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은행들은 원화로 1000만원 이상, 외화로 5000달러 이상의 수상한 돈거래가 포착되면, 이를 자금세탁의 가능성이 있는 거래, 이른바 '자금세탁의심거래(STR)'로 판단하고, 금융위원회 소속의 FIU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위반시 1000만원의 과태료와 임직원 문책이 가해진다. STR은 하루 평균 1100여 건이 접수된다.


29일 국세청과 FIU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FIU에 신고된 STR은 모두 29만241건이다. 은행이 업무를 보는 주 5일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1110건이 접수된 셈이다. 2011년 32만9000여건에 비해 10% 줄었지만, STR 신고 건수는 2001년 FIU 설립 이후 10년 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 기관에서 STR를 작성해 FIU에 보고하면, FIU의 심사분석실은 자금세탁이 짙은 STR에 대해서만 자금흐름 등 '상세 분석'에 들어간다. 접수 건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검찰에서 파견나온 부장검사 한 명이 하루 1000건이 넘는 STR의 '상세 분석' 여부를 독단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평검사 3명이 부장검사 곁에 있지만 주업무가 달라 '상세 분석'의 판단은 부장검사 혼자 몫이다. '상세 분석' 판단이 내려지면, 검찰, 경찰, 국세청 등 관련 부처에서 파견나온 40여명의 요원들이 모니터링하고 정밀 분석에 돌입한다.


이같이 방대한 자료를 40여명의 직원들이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자료에 비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상세분석에 들어가는 STR 건수 또한 낮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29만여건 중 7.4%(2만1400건)만이 상세분석이 이뤄졌다. 나머지 92.6%(26만8600건)은 모두 FIU 창고에 방치돼 있다. 어렵게 얻은 '지하경제'의 금융 정보가 인력 부족으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STR의 상세분석률은 2005년 43%, 2006년 27%, 2007년 14%, 2008년 12%, 2009년 10%, 2010년 8%, 2011년 5% 등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FIU에 누적된 금융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현재 급증하는 STR에 대한 FIU 자체 처리 능력이 사실상 한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로스쿨 조세전문 교수는 "STR 보고 기준이 강화되면서 거래보고 건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FIU 현재 심사분석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접수정보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각 은행 지점에서 작성된 STR가 대부분 빈껍데기에 불과하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은행이 STR의 보고 의무를 소홀이 하면 과태료를 부과받는데 이를 피하고, 지점에 배당된 건수를 채우기 위해 형식적으로 STR를 작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건수 위주 보다는 실속 위주의 보고가 이뤄지도록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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