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국내 입국 탈북자 인원은 1995년 당시만해도 4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만인 2005년 1382명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해 왔다. 특히 이듬해인 2006년 2026명의 탈북자가 국내에 입국하며 처음으로 2000명대를 돌파한 이후 2007년 2551명, 2008년 2801명, 2009년 2914명, 2010년 2401명,지난해 2706명을 기록, 지난 6년동안 2000명대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탈북자 수는 총 1509명. 월평균 125여 명 수준으로 7년만에 최저치다.
국내로 입국한 탈북자 숫자가 줄어든 것은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북한이 탈북자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탓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체제동요를 막기 위해 단속의 고삐를 부쩍 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 공안당국이 자국내 탈북자 단속을 강화하고 탈북자를 강제북송하는 것은 물론 국경 경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북한 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에 따라 탈북자를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국민과 동일한 지위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다르다. 중국이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하는 것이지만 자국의 이해나 혈맹인 북·중관계를 고려해 뒷짐을 지고 있다.
중국은 외교적인 입장에서 "국내법,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관련문제를 처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여기서 중국이 말하는 국제법은 북한과 맺은 ‘조·중(북·중) 탈주자 및 범죄인 상호인도협정’(1960년)과 ‘변경지역 국가안전 및 사회질서를 위한 의정서’(1986년) 등이다. 이 조약에서 양측 정부는 허가를 받지 않고 국경을 넘어온 주민은 송환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1998∼2006년 중국은 매년 적게는 4800여명, 많게는 8900여명의 탈북자를 북송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랴오닝(遼寧)·지린(吉林)·헤이룽장(黑龍江) 등 동북3성에서 체포된 경우가 많으며, 대개는 지역 구류소에 감금됐다가 최종 집결지인 북·중 국경지역의 투먼(圖們) 변방구류소로 이송된 뒤 북측에 넘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규정에 따라 중국도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엔은 1951년에 난민문제의 해결을 위해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는 "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있는 공포 때문에 자국국적 밖에 있는 자 및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 때문에 자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도 1982년 9월 협약에 가입한 만큼, 준수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협약 난민’이 아니더라도 유엔총회 결의에 의해 승인받은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일반 관행에 따른 '위임난민'으로도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일반적이다.
또 같은 협약 제33조1항에서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에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강제송환금지 원칙’도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8월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 조치에 제동을 걸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에는 난민최고대표사무소(UNHCR) 직원이 중국 내 탈북자를 접촉해 난민 여부를 판단토록 하고, 미 행정부가 중국 정부에 UNHCR 직원의 탈북자 면담 허용을 요구하도록 했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요구 등을 거부할 경우 미국 입장에서 뚜렷한 제재수단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미·중 간, 또는 유엔과 중국 간에 민감한 주제인 탈북자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중국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다가 만일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 북한으로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정부의 탈북자 대응방식이 달라짐에 따라 우리정부의 대응방식도 '조용한 외교'에서 '강한 외교'로 탄력을 받을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에 국제법준수 의무를 지적하고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 등을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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