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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지혜-3]금융거래 정보 비밀보장 의무 위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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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법에서 정해준대로만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세상 일 모두에 관한 것을 법으로 해결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건과 사고가 발생하다보니 사건 당사자에 대한 재제와 처벌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 지에 대해 금융감독 당국은 고민의 고민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법무실에서 접수한 민원 질의에 대해 회신한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단, 회신의 내용은 금감원의 공식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제재 결과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질의>
금융투자업자 갑은 2011년 4월 전산프로그램 작성시 오류를 범하고 충분한 테스트 및 제3자 검증을 실시하지 않았다. 두 달 뒤 고객의 장애신고를 접수했지만 갑은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고객의 주문체결정보가 다른 고객에게 노출됐다.


이 경우 A의 행위가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을 위반하는 사유에 해당되는가? 또한 자본시장법 제422조에 따른 조치가 가능한가?


<회신>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 위반 여부= 금융실명법은 ‘누설’의 의미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으나 다른 법령의 규정 및 대법원 판례 등을 검토해 볼 때 금융실명법상 ‘누설’의 방법에는 제한이 없으므로, 금융기관 직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전산 프로그램상 오류가 발생하였음에도 이를 그대로 방치해 금융거래 정보인 고객의 주문체결내역이 그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이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된 것도 금융실명법상 ‘누설’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누설’은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거나 공공연히 외부에 공개하거나 유출시키는 행위’(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법령 및 지침·고시해설서, 제355면)를 의미하며, ‘유출’이란 ‘법령이나 개인정보처리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하지 않고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에 대해 개인정보 처리자가 통제를 상실하거나 또는 권한 없는 자의 접근을 허용한 것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표준개인정보보호지침 제26조에 따르면 ‘유출’에 해당하는 경우로 ▲개인정보가 포함된 서면, 이동식 저장장치, 휴대용 컴퓨터를 도난당한 경우 ▲개인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등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정상적인 권한이 없는 자가 접근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파일 또는 종이문서, 그 밖의 저장매체가 권한 없는 자에게 잘못 전달된 경우 ▲그 밖에 권한이 없는 자에게 개인정보가 전달되거나 개인정보처리시스템에 접근 가능하게 된 경우를 포함한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 제62조제5호에 규정된 ‘비밀의 누설”에 관해 ‘비밀을 아직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행위를 말하고,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고 판시한 바 있고(대법원 2006도8644 판결), 형법 주석서(박재윤, 주석형법, 형법각칙(5), 2006.4. 제147면) 또한 형법 제317조의 업무상 비밀누설죄에 있어서의 ‘누설’의 의미에 관해 ‘해당 비밀을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이를 알려주는 행위이며 구두의 고지, 서면에 의한 통지, 부작의에 의한 누설 등 그 방법에는 제한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군사기밀보호법 제14조에도 과실에 의한 비밀 누설을 처벌하고 있으며, 하급심 판례(서울중앙지방법원 2005가단24005 판결) 역시 ‘계약상 및 정보통신망법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게임서비스업자가 과실로 개인정보를 유출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으므로, 과실에 의한 누설도 행위태양상 불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자본시장법 제422조에 따른 행정조치 부과 여부=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 위반행위는 고위에 의한 누설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과실에 의한 금융거래정보 누설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상 제재조치도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과실에 의한 금융거래정보 누설행위에 대해서는 금융실명법상 형사벌칙을 부과할수 없기 때문에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에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은 금융거래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행위규범이며 이에 관하여는 형사벌칙 뿐만 아니라 과태료, 행정처분도 가능하다.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 위반행위를 고의범에 한해 해석한다면, 과실에 의한 금융거래 정보제공 또는 누설에 대해서는 형사벌칙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 제422조에 따른 제재조치도 할 수 없어 제재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또한 과태료와 같은 행정질서법에 대해서는 형법총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다수설 및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과실로 금융실명거래의무(금융실명법 제3조), 거래정보 등의 제공사실 통보의무(동법 제4조의2), 거래정보 등 제공내용의 기록관리 의무(동법 제4조의3)를 위반한 경우에는 과태료(동법 제7조)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 제422조에 따른 제재조치도 병과할 수 있는데(다만,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제7조에 따르면 고의, 과실이 없는 질서위반행위는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 위반보다 상대적으로 의무위반 정도가 가벼워 과태료 부과대상으로 규정한 금융실명법 제3조, 제4조의2, 제4조의3 위반 행위와 비교하였을 때 형평에 맞지 않으므로 불합리하다.


따라서 금융실명법 제4조제1항은 금융거래정보를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하지 말라는 금지규범이며 이에 위반한 경우에는 고의가 없다 하더라도 자본시장법 제422조에 따라 제재조치를 할 수 있으며, 고의로 타인의 금융거래정보를 누설한 행위처럼 중대한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금융실명법 제6조를 적용하여 형사처벌까지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다만, 금융실명법 위반을 이유로 자본시장법상 제재 조치를 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위 규정의 해석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 직원의 과실 유무 및 주의의무 위반의 중대성, 제재의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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