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도봉구 '방학동 은행나무'와 종로구 '필운동 홍건익 가옥'이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된다.
서울시는 방학동 은행나무와 필운동 홍건익 가옥이 각각 서울시 기념물과 민속문화재로 24일 지정예고, 오는 3월 말 최종 고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학동 은행나무는 그 규모가 크고 수령이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968년 2월 서울시 보호수 서10-1호로 지정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과학적 수령조사 결과, 빠르면 1460년대 늦어도 1510년대에 심어진 나무로 측정(된다. 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울시 소재 수목 중에서도 최고령에 해당하는 천연기념물 제59호 '서울 문묘 은행나무'(수령 : 702년) 다음으로 수령이 오래된 것이다.
이 은행나무는 사적 362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연산군과 그의 비 신씨의 합장묘'가 있는 구릉 아래 자리하고 있다. 연산군의 비 신씨는 연산군의 폭정과 패악함을 묘사한 기사에서조차도 그녀의 어진 마음씨와 지아비 연산군을 향한 일편단심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지고지순한 여성이었다. 연산군이 강화도에서 홀로 죽은 후 신씨가 지아비의 시신만이라도 이장해 주길 간청해 방학동 은행나무가 내려다보이는 도봉구 방학동 산77에 이장하고 나중에 함께 합장됐다. 이 은행나무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심의에서 시 기념물 지정 가치가 있다고 의결됐다.
근대 한옥 건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필운동 홍건익 가옥'도 이번에 서울시문화재로 지정된다. 종로구 필운동 88-1번지에 위치한 이 가옥은 사람이 거주한 지 오래되어 관리상태가 좋지 않지만 개보수가 이뤄지지 않아 1930년대 축조 당시의 건축기법과 구조, 세부시설이 잘 남아있다.
서울의 근대한옥들이 보통 ‘ㅁ’자형 구조를 가진 것에 비해, 나지막한 구릉으로 이루어진 지형을 잘 이용해 한옥 5동(대문 및 문간채 1동, 행랑채 1동, 사랑채 및 중문채 1동, 안채 1동, 별채 1동)의 각 채 공간 분할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배치돼 있다. 후원 입구에는 일각문 1기가 세워져 있으며, 전통 우물까지 완전하게 보유하고 있는 서울 시내 유일한 한옥이다. 별채는 태극문양과 이화꽃 문양이 새겨진 꽃담이 있고 안채 마루의 앞면 기둥 사이를 막은 여모판(풍혈)에는 팔괘 문양이 새겨져 있다.
토지대장과 가옥대장에서도 1936년 홍건익씨가 신축했다는 기록이 확인되며, 별채의 상량문에는 갑술년(1934년)에 상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 홍건익이라는 인물의 주요활동에 대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문화재는 유형문화재·기념물·민속문화재·무형문화재·문화재자료로 구분된다. 그 중 기념물은 희귀한 동식물, 자연명소, 저명한 경승지, 성곽, 비석, 등 학술적으로 가치가 큰 문화재를 일컫는다. 민속문화재는 한옥, 제당 및 사당 등 의식주를 포함한 한국민족의 기본적 생활문화와 민속문화 등의 특색을 나타내는 문화재다. 현재 서울시 기념물과 민속문화재는 각각 32건씩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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