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보잉 787 ‘드림라이너’의 배터리 발화사건을 조사해 온 미국 항공안전 당국이 배터리 과전은 없었다고 발표하면서 원인이 미궁에 빠졌다. 규명이 복잡해지면서 787기의 결함 파문이 더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20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 7일 보스턴 로건국제공항에서 주기 중이던 일본항공(JAL) 소속 787 여객기의 날개 부분 캐빈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기체의 블랙박스(운항기록장치)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리튬-이온 배터리에 공급된 전압이 적정수준인 32볼트를 초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NTSB 측은 배터리 등 전기시스템에 대한 조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며, 이번주 배터리 충전장비 제조사인 시큐러플레인테크놀러지스 관계자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켈리 낸틀 NTSB 대변인은 “배터리 충전과 관련해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항공안전당국도 지난 16일 전일본공수(ANA) 소속 787기가 조종실에서 발생한 연기로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일어난 뒤 배터리 문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서 급파된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일본 측은 ANA 787기의 조사는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NTSB의 이번 결과 발표로 두 사건의 원인 규명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배터리 자체가 아니라 다른 부분의 이상에 기인할 경우 조사 기간과 범위도 훨씬 더 확대되기 때문이다. 787기는 이 두 사건 외에도 최근 수 건의 항공유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현재 전 세계에서 운용되는 787기가 모두 운항 중단된 상태다.
이 경우 조속한 원인 규명과 운항 재개를 바라는 보잉의 입장은 더욱 불리해진다. 최악의 경우 항공사들이 발주를 취소할 경우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NTSB 관계자는 “JAL 소속 787기에서 배터리 과전이 없었다고 해도 ANA 소속 787기의 경우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배터리에 공급되는 전기가 설계된 한도를 넘지 않았다고 해도, 충전 과정에서 너무 빠른 속도로 전기가 흘러들어갔을 경우 합선이나 발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787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일본 GS유아사가 제작하며, 배터리 콘트롤 시스템은 프랑스 탈레스에서 만들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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