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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기자단 환담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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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철통 보안', '밀봉', '불통' 논란을 빚고 있는 박근혜 18대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8일 오후 뜻밖의 행사를 개최했다.


전화도 받지 않고 출퇴근길에만 '뻗치기'를 통해 겨우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던 인수위원들과 김용준 위원장, 진영 부위원장 등이 모두 모여 기자들과 만나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출입기자단 환담회'를 연 것이다. 도무지 인수위 핵심 인사들과 접촉할 기회가 없었던 출입기자들에겐 '가뭄의 단비'로 느껴졌다.

각 언론사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입장 20분 전에 모여 비표를 수령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가 뒤따랐지만 인수위원들의 '한마디 멘트'에 목마른 기자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인수위의 기자단 '환담회'는 역시나 '밀봉', '불통'이라는 이번 인수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 행사였다. 우선 김 위원장 이하 인수위 핵심 인사들과 기자들간의 자유로운 질문과 토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해 노트북과 필기구를 잔뜩 준비한 기자들은 행사장에 입장하자마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테이블에는 다리가 불편한 김 위원장을 배려한 의자 하나 만 놓여 있었을 뿐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의자는 없었다. 즉 차분하게 앉아서 이야기를 받아 적고 취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환담회장을 서양식 파티장 처럼 음료수와 과자를 먹으면서 서서 이야기만 나눌 수 있도록 준비했다. '취재'를 기대하고 환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노트북을 놓고 앉아서 인수위원들의 말을 받아 적을 수도 없었다.


이를 의식한 듯 사회를 맡은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은 행사 초반 "'환담'이란 말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정답고 즐겁게 이야기함' 이렇게 돼 있다"며 "취지를 살려서 환담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말에 나선 김 위원장과 진 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다. 특히 진 부위원장은 "정치를 쳐다본 지 17년이 지난 오늘까지 기자님들을 뵈면서 이렇게 죄송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식사를 하자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나 같은 사람하고도 식사하자고 하는구나' 했는데 요새는 참 죄송하고 전화 한번 받기도 어렵고, 그래서 뵐 때마다 마음속으로 죄송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시작된 인수위 인사들과 기자들의 '환담'은 말 그대로 사소한 이야기(담소)에 그쳤다. 핵심 사항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인수위원들의 답변은 "인수위 소관사항이 아니다. 보고를 받아 검토 중이다" 등으로 흘려 넘기느라 진땀을 뺐다. 주로 '자존심 센' 학교 교수님들로 구성된 탓인지 일부 인수위원들은 언론의 질문 공세에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결국 뭔가 중요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귀와 눈에 힘을 주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기자들의 노력은 겨우 30분 만에 아쉬운 함성과 함께 끝을 맺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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