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의 엔화가치 하락과 원화가치 상승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환율의 움직임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 영향 때문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이 중단될 경우 현재의 원화가치의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장은 '최근의 엔화약세 ㆍ 원화강세 진단' 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엔화약세·원화강세 지속 여부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의 틀 안에서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들어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어온 엔화강세 기조가 약세로 전환되고 있으며, 원·달러 환율은 하락해 확연한 원화강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10일 엔ㆍ달러 환율은 88.1엔으로 지난해 초(77.2엔)에 비해 14.1% 평가 절하됐고, 같은 기간 원ㆍ달러 환율은 1060.4원으로 전년 초(1153.3원) 대비 8.1% 평가 절상됐다.
특히 원·달러와 원·엔 환율 간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2012년 하반기 들어 엔화약세와 원화강세의 동반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송 실장은 "엔화약세 기조가 지속되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글로벌 통화 및 재정 확장정책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엔화가치를 하락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나 재정건전성 문제가 심각한 일본 경제 모두 강력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장기간 시행하기 어려워 지금의 엔화약세·원화강세의 기조가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송 실장은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할 경우, 일본 경제가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8일 "글로벌 양적완화 정책으로부터의 대응책이 나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서 "앞으로의 경기 전망에 대해 한 두 마디로 예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올 것은 산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기가 완만한 곡선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진단에 따라 선진국들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수습하기 위해 또 다른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총재가 선진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대응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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