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고흥)는 18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한겨레신문사 최모 기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8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이진숙 MBC기획홍보본부장 등과 나눈 대화를 몰래 듣고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타인의 비공개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및 5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최 기자가 직전까지 통화중이던 최 이사장이 스마트폰 종료 미숙으로 통화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한 상태에서 MBC관계자들과의 대화가 이어지자 1시간 가량 이를 녹음하고 녹취록 형태로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해당 녹음파일은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은 다만 녹음이 아닌 메모에 의존해 기사를 썼더라도 “논쟁의 소지는 있지만 고의성이 인정된다”며 처벌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13일과 15일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임원들의 만남에 대해 보도했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최 이사장과 MBC임원들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팔아 대학생 등록금 지원에 쓰는 방안 등을 몰래 만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최 이사장과 김재철 사장 등 MBC임원 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대선을 앞두고 당시 후보자 신분이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당선자를 위한 선심성 선거자금으로 쓰려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검찰은 이에 대해 “부산·경남 대학생이라는 지칭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기부행위로 볼 수 없는 추상적·잠재적 수혜자에 불과하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MBC는 불법도청 의혹을 주장하며 지난해 최 기자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고, 사건은 이후 관할인 중앙지검으로 넘어왔다.
검찰은 최 기자의 녹취 및 보도경위를 토대로 공익성을 인정해 처벌하지 않을지 여부도 고려했다. 최 이사장 등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문제의 내화내용은 인정하면서도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다른 취지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최 기자가 적극적으로 녹음에 나선 만큼 고의성이 인정되고 아무리 공익성이 강하더라도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처벌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법원에서 무죄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겨레신문은 검찰이 최 기자를 기소한 데 대해 "무리한 법 적용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측은 최 기자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최 이사장 등의 대화를 듣게 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설령 법 위반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보도내용의 공익적 가치가 훨씬 크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특히 "모든 법 논리에 앞서 국민의 알 권리나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초"라며, 정수장학회 보도 관련 "보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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