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앞으로 5년 내에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30%까지 늘리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야 국회의원 62명은 그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3년 내 15%, 5년 내 30%까지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성 임원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인 현실을 감안할 때 옳은 방향이다.
정부 산하 288개 공공기관 임원 2993명 가운데 여성은 272명으로 9.1%에 불과하다. 절반이 넘은 51.7%(149곳)는 아예 단 한 명의 여성 임원도 없다. 민간 기업은 더하다. 2011년 기준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1.48%에 지나지 않는다. 공공부문이 앞장서 '유리 천장'을 깨면 민간 기업으로의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점에서 개정안은 긍정적이다.
여성 인력 활용과 육성은 단지 양성 평등 차원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력은 점차 줄고 있다. 노동시장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고급 여성 인력의 활용은 기업과 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 요소로 떠올랐다. 노르웨이,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이 공공기관과 기업 임원의 40%를 여성에게 주도록 '여성 할당제'를 도입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 내 여성인력이 아직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승진 대상 자체가 많지 않다. 능력과 자질이 떨어지는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할 경우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된다. 그런 만큼 여성 임원 비율을 고정하기보다는 여성 직원 수를 감안해 현실에 맞는 비율로 유연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법 이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여성 임원 비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퇴직하거나 휴직을 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 '경력단절'이라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출산과 양육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시급한 과제다. 출산과 육아를 돕기 위한 지원은 기업이나 국가 차원에서 당장은 '비용'일지 몰라도 긴 안목에서는 '투자'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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