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국을 맞기 전까지 세계 부동산시장에는 전례없는 규모의 거품이 일었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했다.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세계 부동산시장의 명암은 극명히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랜 침체 터널의 끝이 보이는 미국에 비해, 유럽은 특히 부채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남유럽 등 주변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어둠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2일 주요 18개 국가들의 부동산시장의 최근 5년간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세계 부동산시장에 양극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나마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국가들의 상승폭도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는 등 세계 부동산시장의 동향은 침체 쪽에 더 무게가 기울어 있다고 분석했다.
2012년을 보면 조사 국가들 9개국이 2011년에 비해 오른 반면 다른 9개국은 하락했다. 이중에서 홍콩은 지난해 21.8% 급등해 당국의 각종 부동산규제에도 가장 큰 폭으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실화된 금융권에 구제금융이 투입된 스페인은 2011년 대비 -9.3% 떨어져 가장 큰 폭의 하락폭을 보였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나라들도 상승폭이 줄어든 경우가 많았다. 캐나다의 경우 2011년 7.1% 올랐으나 2012년에는 -3.3%로 둔화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누는 주가 수익성 지표인 PER(주가수익비율, Price-Earning Ratio)과 유사하게 부동산가격을 주택임대수익으로 나눈 비율(Price-Rents Ratio)란 측정법을 도입했다. 이 결과 캐나다의 부동산가격은 78% 가장 고평가된 반면 일본은 -37% 가장 저평가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가격을 해당 국가의 1인당 가처분소득으로 나눠 평가한 경우 프랑스는 35%로 가장 고평가된 반면 일본은 -36%로 역시 가장 저평가된 국가로 나타났다.
2007년 4분기 이후 20.5% 급락했던 미국 부동산가격은 2011년 3.6% 감소에서 지난해 4.3% 증가로 반등에 성공했다. 과거 부동산가격 평균보다 가격이 더 폭락한 수준이기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됐다. 부동산가격을 주택임대수익으로 나눈 경우 -7% 저평가, 1인당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경우 -20% 저평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주택보유자들은 앞으로 웃을 수 있겠지만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렇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부동산가격 하락폭이 큰 스페인을 비롯해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등 경제규모가 큰 나라들도 부동산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로 돌아섰다. 유럽 국가 중에서는 독일만이 유일하게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의 경우 건설경기 과열로 주택공급 재고물량이 소화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한 데다 실업률도 지난해 11월 기준 26.6%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2007년 4분기 이후로 보면 스페인은 -24.3% 하락해 -49.4% 하락한 아일랜드에 비해 두 번째로 하락폭이 컸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국가의 부동산시장이 고통스런 시기를 확실히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더 많은 나라들은 일본과 같은 장기간 침체 국면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등으로 풀었던 유동성을 본격적으로 회수하는 작업에 나설 경우, 여전히 취약한 국면을 벗지 못한 부동산 시장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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