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맹추위' 닥친 그날밤 지하철 화장실에선…

시계아이콘02분 27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맹추위' 닥친 그날밤 지하철 화장실에선… ▲ 서울 용산역 내 화장실에서 노숙인들이 수면을 취하거나 휴식, 세면을 하고 있다.
AD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장인서 기자] 혼자서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역 주변 노숙인들이 있다. 지하철역 안과 식당, 빌딩 화장실, 찜질방 등 제각기 '따뜻한 곳'을 찾아 밤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다는 이유로 노숙인 지원센터의 도움은 거부하고 있었다. 찜질방, 식당 등은 다른 손님이 불평할까봐 노숙인들이 추위 속에 찾아와도 함부로 들이지 못했다.

◆ 화장실 라디에이터는 노숙인들의 '온돌방' = 27년만의 강추위가 이어진 지난 10일 밤. 서울 용산역 남자화장실에는 남성 노숙인 2명이 안쪽 벽에 설치된 라디에이터에서 온기를 쐬고 있었다. 그중 한명인 김정훈씨는 숫제 라디에이터 위에 걸터앉았다. 김씨 옆에 앉아보니 예상외로 데일것 처럼 뜨겁지 않고 온돌방 아랫목 같은 느낌이었다.


두툼한 점퍼에 등산바지차림의 김씨는 겉으로 보기엔 말끔한 50대 신사였다. 그는 "원래 잠은 광화문쪽에서 잔다"며 "자는 곳에 이불도 있지만 며칠째 추워서 용산역에 피난왔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종일 용산역에 와 있다.

김씨는 오늘도 용산역 대합실과 화장실을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그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일용직을 하고 싶어도 못한다고 했다. 왜 주민등록증이 없는지에 대해선 응답을 거부했다.


김씨 외에 다른 라디에이터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노숙인이 서성이고 있었다. 그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다. 어디서 했는지 굵은 가닥으로 땋은 레게 머리를 하고 있었다. 김씨는 그가 쓰레기통을 뒤져 음식을 주워 먹는다고 말했다. 레게머리 노숙인 손에는 어디선가 가져온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다. 그는 라디에이터에 몸을 바짝 붙인채 한참을 서 있었다.


용산역에서 일하는 미화원 김정미씨는 "날씨가 너무 추워 노숙자들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화장실 라디에이터 쐬러 들어 온다"고 말했다. 김씨는 "노숙자들이 변기칸에 들어가 몇 시간씩 있으며 술·담배를 하고 잠도 잔다"며 "나중에 보면 담배꽁초가 몇 개씩 바닥에 버려져 있어 청소가 힘들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김씨는 "여자 노숙자들도 용산역에서 자주 보인다"며 "1층 화장실보다 인적 드문 2층 화장실에 노숙자가 더 많다"고 가르쳐 줬다. 김씨 말대로 2층 화장실에는 노숙자 1명이 화장실 라디에이터 옆 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또 다른 한명은 짐을 세면대쪽에 내려놓고 상의를 완전히 벗더니 머리를 감기 시작했다.


용산역 앞 집창촌이 철거되고 들어선 포장마차촌에서 노숙자의 모습을 발견할 순 없었다. 한 포장마차에서 일하는 50대 여성 점원은 "추워서 들어오는 노숙자가 가끔 있는데 그러면 몰래 튀김 같은 거 조금 주며 내 보낸다"며 "근처에 발도 못붙인다"고 손사레를 쳤다.


이 점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용산역 노숙자 왕초가 있는데 노숙자들에게 포장마차에서 구걸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도 했다.


◆ "노숙인 오면 문걸어 잠글 수 밖에 없어" = 영하 10도의 찬 공기에 칼바람까지 부는 서울역. 역사 밑 지하계단에는 노숙인 홍종식(72) 할아버지가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맹추위' 닥친 그날밤 지하철 화장실에선… ▲ 홍종식(72) 할아버지가 서울역 지하계단에 앉아 쉬고 있다. 주로 서울역 지하도에 머무른다는 그는 얼마나 오랜 시간 노숙을 해왔는지는 밝히길 꺼려했다.


오랜 시간 노숙을 해왔다는 홍 할아버지는 "오늘 밤은 저쪽 의자에서 보낼 예정"이라며 손가락으로 개찰구 끝을 가리켰다. 노숙자 지원센터에 가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불편해서 싫다"고 답했다.


을지로입구역 지하도에서 만난 조종욱(81) 할아버지는 작은 손수레에 싣고 다니던 이불과 침낭으로 잠자리를 만들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주민등록조차 되지 않았다는 그는 "고아처럼 자랐고 사회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왔다"고 했다.


조 할아버지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지를 주워 팔아 번 돈으로 하루하루 끼니를 해결하고 있었다. 그는 "몸에 풍이 와서 얼마 전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 있다 나왔다"면서 "전에는 리어카에서 잤는데 몸이 안좋으니까 지하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머뭇거리듯 "병원 치료비도 누군가가 대신 내줬을텐데 죽을 날까지 혼자 힘으로 살고 싶다. 외롭다는 생각도 더 이상 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맹추위' 닥친 그날밤 지하철 화장실에선… ▲ 조종욱(81) 할아버지가 을지로입구역 지하 상가 인근에 잠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인근 상점 직원 최모(50대)씨는 "(할아버지에게서) 냄새가 나니까 손님들 눈치가 보일 때도 있긴 하지만 대놓고 뭐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우리도 사람인데 도움을 드리고 싶어 옷가지나 음식을 드려도 먹을 거 외에는 일체 거절하신다"고 안타까워했다.


24시간 종합지원센터가 마련된 서울역 부근 상인들은 노숙인들에 대해 여전히 탐탁치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인근 찜질방의 한 관리자는 "노숙인이 돈을 낸다고 해도 다른 손님들을 위해 안으로 들일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도와줄 데가 많은데 우리만 너무 탓할 일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광장 주변에 위치한 식당 주인 역시 노숙인이 근처에만 와도 문을 걸어 잠글 정도로 날선 반응을 보였다.


노숙인인권단체 홈리스행동의 활동가 박사라씨는 "300명으로 추정되는 서울역 홈리스 중 200명가량만 보호시설을 찾는다"며 "여전히 일부는 폭력과 추위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들이 안고 있는 경제적 ·심리적 문제들이 주거 및 일자리 제공 형태로 근본적으로 지원되야 한다"며 "일시적인 잠자리 제공만으로는 자활을 돕는 데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오는 3월15일까지 4개월간 '겨울철 노숙인 응급구호 시스템'을 24시간 가동한다.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을 발견시 '위기대응 통합콜(☎1600-9582)'로 전화를 걸면 현장에 즉시 출동해 조치를 취한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