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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올 첫 전경련 회의는 '박코드'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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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올 첫 전경련 회의는 '박코드'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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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그건… 내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10일 열린 올해 첫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앞서 회의장에 들어서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에게 연임의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허 회장은 짧은 순간이지만 긴 호흡을 이어가며 즉답을 회피했다. 바쁜 일정 중 회장단 회의 스케쥴을 소화해야 하는 경제단체 수장 만의 심적 부담감이 작용했을테지만 '적극적인 의지'를 기대했던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암울해졌다.

회의 시작 전 4대 그룹 총수들의 불참 소식을 확인했던 터라 회장단 회의의 실효성도 의심스러웠다. 정권 교체기에 더해 경제민주화 여론에 따른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 막을 올린 올해 첫 전경련 회장단 회의는 허 회장의 발언에서 엿볼수 있듯이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의 사명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중기(中企) 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박근혜 당선인의 '중기 편애주의'에 대한 회장단 입장을 묻는 브리핑 장에서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는 입장"이라는 전경련의 발언은 실소(失笑)를 자아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을 먼저 방문한 후 전경련에 온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에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는 입장"이라며 "전경련에 먼저 오면 오히려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달(정책기조)을 가리켰는데 손가락(방문순서) 만을 쳐다본 셈이다.


국내 주요 500대 대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경제단체의 '입'에서 업계에 불어닥친 위기 극복에 대한 책임감 있는 단어 역시 없었다. 오히려 이날 발표된 회장단 회의 발표문에는 박근혜 대통령 코드 맞추기 정책만 가득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투자는 확대하고 고용은 유지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일방적인 양보만을 회원사에 강요하는 꼴이다.


내수·수출 동반 침체기에 더해 찾아온 새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편애 기조. 대기업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정권 교체기 그 어느 때보다 전경련의 역할에 대한 회원사들의 관심이 높다. 전경련의 발언이 모두 개별 기업의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현재 대기업들에는 심리적 안정이 중요하다. 허 회장을 포함한 전경련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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