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충분치 않은 장소때문에 자리에 함께 한 대기업 총수들의 자리 배치가 2선으로 밀렸다. 박 당선인 옆자리는 지역 상의 회장 차지였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지난 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간담회 직후 오찬 브리핑 자리에서 전한 내용이다. 현장 동선(動線)을 궁금해하는 기자들에게 던진 짧은 몇 마디였지만, 박 당선인의 임기 5년간 기업 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전조(前兆)와도 같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대기업 위주의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던 이명박 대통령과는 분명 차별화된 행보다.
간담회에서 주로 대화를 이끈 것도 지역 상의와 중견ㆍ중소기업 대표들이었다. 대기업군으로 구성된 서울상의 회장단 중 발언한 사람은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 한 명 뿐이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등 주요그룹 총수들의 간담회 태도를 묻는 질문에 이 부회장은 "시종일관 경청하는 모습"이라고 설명을 대신했다.
박 당선인의 '중기(中企) 편애주의'는 경제단체에 대한 소통 법칙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당선 직후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 방문 시간보다 중견ㆍ중소기업 회원사가 많은 대한상의ㆍ중소기업중앙회 방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40여분만을 할애한 전경련과 달리 대한상의 방문은 애초 30분에서 1시간, 중기중앙회 방문은 1시간에서 1시간30분으로 각각 늘려 추후 일정까지 조정됐다.
세제 혜택 등 기업활동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게 정부 정책인만큼 당선인의 초기 행보에 기업인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다. 당선인 신분으로서 취임 전 경제단체와의 소통 시간은 애로사항 등에 대한 정책 반영 가능성과 비례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상의 간담회 자리 배치처럼 '중소ㆍ중견 기업에 밀려난 대기업'의 모습이 5년 임기 동안 현실화 될 경우 우리나라 전반적인 산업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제민주화 열풍 속에서 국민들에게 지탄받은 대기업들이 이제 중기 위주의 경제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박근혜 당선인의 행보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박 당선인의 균형잡힌 소통이 필요할 때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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