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콜센터 성희롱 전화에 엄정 대처키로…형사 고발될 수도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 한 시중은행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직원 A씨(여)는 지난해 말 대출 상담 전화를 받다가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가산금리 등 통상적인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던 도중 갑자기 돌변한 남성고객은 "듣고만 있어"라며 야릇한 신음소리와 함께 입에 담기 어려운 성적 발언을 내뱉었다.
# 또 다른 시중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건 남성고객은 다짜고짜 "우리 만나서 같이 잘래"라고 상담원에게 추근댔다. 직원이 "이러면 안 된다"고 하자, 그는 "싫으면 다른 애들한테 물어볼게"라고 말하며 곧바로 같은 콜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어 3명의 여성 상담원들에게 똑같은 성희롱을 했다.
앞으로 콜센터 상담원들에게 이런 식의 성희롱을 하다간 형사 처벌될 수 있다. 은행연합회는 9일 은행권 공동의 '콜센터 성희롱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달부터 시중은행에서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도 최근 민원인들의 성희롱 전화에 적극 대처할 것을 일선 금융기관에 요구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콜센터 직원을 상대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악성 고객들에 대해선 엄정 대처할 방침"이라며 "조만간 은행에 안내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콜센터 상담의 모든 대화 내용은 녹화되고, 전화를 건 고객의 발신번호도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성희롱 발언에 대해선 상담원의 고발을 통해 형사 처벌까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지침에 따르면 콜센터에 전화한 고객이 성희롱을 포함한 언어폭력을 행사하면 '고객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경고를 한다. 그래도 계속하면 자동응답기(ARS)로 넘어가 '오늘은 더는 콜센터 이용이 불가능하오니 다음 기회에 다시 이용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이런 경고에도 언어폭력을 계속 하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우편으로 발송한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각각의 콜센터 매뉴얼을 만들어 운영해왔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의 절반 이상이 용역업체 소속이라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가하는 고객에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금융사 콜센터 직원에 대한 성희롱 신고는 2009년 29건, 2010년 49건, 2011년 56건에서 지난해에는 100건을 넘은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실제 성희롱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발신자 번호가 나타나고 대화 내용도 녹음된다"면서 "성희롱에 엄정하게 대처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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