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인치폰 내놓은 화웨이, 풀HD폰 선보인 ZTE 등 국내 제조사 턱밑 추격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세계 최초' 타이틀이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전체 시장의 흐름은 여전히 삼성전자가 주도하지만 최신 기술을 반영한 제품은 중국 제조사가 한발 앞서 내놓는 것이다. 한국 제조사들도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제조사가 과거 '기술 베끼기'에서 '기술 독립'으로 성장하면서 '중국 경계령'도 확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중화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주요 트렌드인 '6인치'와 '풀HD' 등을 선점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가장 먼저 6인치대 스마트폰 시장을 열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3'에서 6.1인치 화면을 탑재한 '어센드 메이트'를 선보인 것이다. 중국 ZTE와 우리나라의 팬택이 6인치 안팎의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고, 갤럭시노트 3도 6인치 이상의 크기로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화웨이가 6인치대 시장을 선점한 셈이다.
풀HD 화면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가장 먼저 출시한 제조사도 대만 HTC다. HTC는 지난해 11월 '드로이드 DNA'를 출시하면서 풀HD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었다. 중국 ZTE도 CES 2013에서 5인치 풀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그랜드 S'를 선보였다.
이는 삼성전자, LG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던 것에 비춰보면 달라진 모습이다. 2011년 '듀얼코어' 2012년 '쿼드코어' '음성 롱텀에볼루션(VoLTE)' 등의 트렌드는 모두 삼성전자, LG전자가 선점했다. 그러나 올해 화두인 풀HD, 6인치 등은 중국 제조사에 빼앗겼다. 풀HD는 갤럭시S 4와 옵티머스 G 후속작, 6인치는 갤럭시노트 3(6인치 이상 예상)의 마케팅 쟁점이기도 하다.
중국 제조사의 세계 최초 타이틀 선점은 이들 업체가 한국 제조사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는 위기감을 낳는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반드시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국 제조사가 한국 제조사와 겨룰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애플 등과 경쟁하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에 중국 제조사까지 가세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의 도전은 올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ZTE는 지난해말 프리미엄급 브랜드 '누비아'를 선보인데 이어 5인치 화면, 쿼드코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1300만화소 카메라 등을 탑재한 '누비아 Z5'를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150달러 이상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에서 2016년께 21.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6년 중국 제조사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60.8%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업계 관계자는 "모방이 거듭되면 어느 순간부터 자기 색깔을 갖기 시작한다"며 "중국 제조사가 세계 최초 타이틀까지 빼앗아가는 등 급성장하면서 올해부터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국내 제조사에 위협이 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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