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발표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을 보면 '학자형 인수위'로 볼 수 있다. 정무형 인사가 주축이 된 '이명박 인수위'와 크게 대조된다. 오히려 16대 노무현 당선인의 인수위와 유사한 모습이다. 역대 인수위와 같은 점령군의 모습보다는 '조용한 인수위'가 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서 국민대통합위원장과 대변인을 제외한 인수위원 22명 가운데 전·현직 교수 출신은 16명에 달한다. 17대 이명박 인수위의 교수출신(8명)보다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나머지는 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특히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 온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의 학자가 7명으로 3분의 1에 육박했다. 이는 정책의 연속성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용복지분과 간사인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국정기획조정 분과위원인 옥동석인천대 교수,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인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1 분과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 경제2 분과위원인 서승환 연세대 교수, 고용복지 분과위원인 안종범 의원 그리고 역시 고용복지 분과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 등이다.
현역의원이 간사를 맡은 경우는 경제 1·2분과의 류성걸·이현재 의원 등 2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분류된다.
박 당선인 인선은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정무형 실세 인사들이 주축이 됐던 17대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17대 인수위에서는 현역의원 9명이 인수위원에 포함됐다. 현역의원이 7개 분과 중 5개 분과의 간사를 맡았아 인수위를 주도했다.
이명박 인수위는 첫 인사에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 땅부자) 논란을 빚었다. 정무형으로 구축된 이명박 인수위에서는 남주홍 통일부, 이춘호 여성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투기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줄줄이 낙마했다. 호남과 충청 출신을 전혀 안배하지 않은 청와대 인선도 논란을 야기했다.
박근혜 인수위는 오히려 10년 전 노무현 당선인의 인수위와 크게 유사하다. 16대 인수위는 대부분 교수·학자 등 정책통이 중심을 이루면서 '교수 인수위'라고 불렸다. 현역의원은 임채정 전 국회의장 1명뿐이었다.
당시 인수위는 54일간의 활동을 마치고 정책 중심의 활동을 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동시에 교수·학자 출신이 주를 이루면서 언론 관계에 미숙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분과별 업무 현황 파악 과정에서 정부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전조율 없이 정책을 발표해 혼선을 빚는 모습도 보였다.
박 당선인은 18대 인수위를 통해 국정비전과 대선공약의 구체화, 정권 인수인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의 스타일도 점령군처럼 행세하던 과거의 인수위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학자 출신 상당수가 박 당선인과 오랫동안 정책적 호흡을 맞춰온 만큼 '조용한 인수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과거처럼 인수위원들이 전면에 나서 정부를 질타하거나 압박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박 당선인은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정책적으로 접근하는 '조용한 인수위'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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