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글로벌 은행들의 채권 발행 규모가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화된 금융권 규제와 유로존 부채위기에 따른 자본시장 침체가 은행권 영업환경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데이터분석업체 딜로직 집계를 인용해 글로벌 은행들의 올해 채권발행 규모가 1조26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2년 이후 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은행권 자금조달 핵심인 선순위무담보채권의 경우 2003년 이후 가장 저조했고 최근 각광받아 온 커버드본드(금융회사가 우량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 역시 크게 줄었다.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통한 조달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을 기록했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유럽 위기에 따른 자본시장 침체였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은행들은 6390억달러를 조달하는 데 그쳐 10년간 가장 낮았다. 국공채 시장을 주로 이용해 온 북유럽 지역 은행들의 경우 그리스의 위기심화로 유로존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이 투자시장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서 올해 조달 목표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국 채권시장 발행규모는 지난해보다 더 늘었고 아시아지역 은행들은 3070억달러를 조달해 딜로직이 데이터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래 가장 많은 연간 발행량을 기록했다.
또 올해 각국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조치가 은행들의 채권발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유럽중앙은행(ECB)이 3년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시행을 통해 유럽 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공급에 나섰고 ECB가 유로존 국채 무제한 매입을 선언하면서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아일랜드 국채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크리스토퍼 마크스 BNP파리바 글로벌채권자본시장책임자는 “2013년에도 유럽시장에서 은행들의 채권발행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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