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추천곡, 업체 홍보 수단으로 사용..대형서점에선 베스트셀러 조작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인기곡, 대형서점에 진열돼 있는 베스트셀러는 우리가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주요 음원사이트의 추천곡은 유통사나 기획사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베스트셀러는 이미 여러 차례 조작 사례가 적발됐다.
지난 27일 한국저작권위원회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디지털 음원차트 공정성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주요 온라인 음원 유통사이트의 음원추천제도가 소비자들의 소비 성향을 왜곡하고, 온라인 디지털 음원의 공정한 유통을 해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경희대 경영대 김민용 교수팀은 멜론·엠넷·벅스·올레·소리바다 등 5대 음원사이트를 대상으로 11월8일부터 한 달 간 매일 2회에 걸쳐 100위권 내의 곡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사이트에의 음원 순위에는 모두 추천곡이 존재하며, 이 추천곡은 실제 디지털음원차트의 1위 음원보다 더 높은 위치에 표시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추천곡으로 지정된 곡이 인기 차트에 진입하는 데는 평균 0.5일이 걸렸다. 한 사이트는 51위에 있던 곡이 추천곡 선정 이후 반나절만에 1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일반적으로 추천은 유통사나 기획사의 마케팅 프로모션 수단으로 이용되는데, 이들이 입김이 음원 차트 순위에 작용하는 것이다.
또 음원유통사의 추천곡 기획사 분포는 멜론 추천곡은 로엔이 56%, 엠넷의 경우 CJ E&M이 40%, 벅스의 경우 네오위즈인터넷이 76%, 올레뮤직의 경우 KT뮤직이 35% 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주요 음원 유통사이트들이 추천제도를 자사 곡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순위권에 있더라도 추천곡보다 비추천곡의 하락세가 더 급격하다. 추천곡은 평균 2주일 동안 20~30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비추천곡은 평균 1주일 이내 50위권 밖으로 이탈했다. 김민용 교수는 "결과적으로 온라인 디지털 음원사이트의 추천과 순위차트는 매우 밀접한 연관 관계를 가지며, 차트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트리밍 중심의 현재의 순위 차트제도를 개선해 소비자의 선호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도록 다운로드 등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현재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주관으로 운영하고 있는 '가온차트'를 공정한 차트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 말했다.
출판계의 '베스트셀러' 만들기는 더 노골적이다. 대형 서점들이 출판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추천도서', '화제의 책', '주목 신간' 등에 해당 서적을 소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출판사가 자신들이 내놓은 책을 '사재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알라딘 등 4개 대형 온라인 서점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업체들은 책 소개 코너에서 책 한 권을 1주일간 홈페이지 초기화면에 노출하는 조건으로 출판사로부터 50~250만원의 광고비를 받아왔다.
현재 도서유통구조에 의하면 신간은 대부분 대형서점의 MD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 출판사 사장은 "독자들의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책을 진열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그러나 출판계가 워낙 불황이다 보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책을 유통시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기곡이나 인기 책을 구매 여부의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아왔던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이미현(32·직장인) 씨는 "항상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돼있는 책 위주로 사서 읽었는데, 이제는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책 자체를 믿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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