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800개 통신사업자 전략 세우는 양현미 GSMA 최고전략책임자 인터뷰
"유럽연합 규제 완화하는 추세.. 새 정부 이통사 발목 잡아선 안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통신요금제까지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규제보다는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양현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우리 정부의 통신 정책에 일침을 놨다.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 되려면 규제가 아닌 진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이통사와 제조사 CEO를 만나러 최근 방한한 양 CSO는 27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도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라며 이같이 밝혔다.
새 정부의 통신정책에 대해서도 "규제보다는 대한민국 통신산업이 외국보다 빨리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데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한국의 이동통신 산업이 세계적으로 앞선 만큼 정부 규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석채 KT회장-하성민 SKT사장 GSMA 보드멤버 발탁 결정적 역할
올 6월부터 영국 GSMA 본사에서 근무하는 양 CSO는 한국의 '그림자 외교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석채 KT 회장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GSMA 보드멤버로 발탁되는 데 결정적 역할도 했다.
25자리를 놓고 전세계 800개 통신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친 가운데 거둔 쾌거다. 그는 "국내 이통사는 세계 어느 나라도 못한 하루1만원에 데이터로밍 무제한 서비스, 전세계 LTE 가입자의 80% 확보와 같은 혁신을 이뤘다고 GSMA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국내 이통사, 제조사 만나 내년 3대전략 협력 구해
"세계 통신사간 서비스 연동되는 허브 구축할 것"
"이통사 독식 안돼..거래ㆍ결제 서비스 환경 만들어주고 수익 나눠야"
양CSO는 "이통사들이 진화하는 기술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며 2013년 GSMA의 3대 전략을 소개했다. '커뮤니케이션의 미래(Future of Communication)'는 이통사가 카카오톡과 같은 인터넷서비스업체의 발전 속도를 못 따라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양 CSO는 "카카오톡만 해도 출시하자마자 전 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데 이통사는 서비스 업그레이드 하는데만 1년이 걸린다"며 "허브서버를 만들어 각국 이통사 서비스들이 자동연결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ㆍ결제 서비스'(Transactional Service)는 통신이 다른 사업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그는 "그간 이통사들은 힘이 막강해 모든 걸 통솔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며 "혼자 이익을 차지하겠다고 하면 어느 카드사나 은행이 들어오겠나"고 반문했다.
이통사들은 스마트폰으로 거래ㆍ결제 서비스를 원활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역할에 충실하고 수익을 나눠가지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통신과 연결된 생활'(Connected Living)은 사물과 사람, 사람 대 사물까지 연결되는 세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당뇨를 앓고 있는 한국사람이 미국여행을 가도 스마트폰으로 당 수치를 체크하고 이상징후가 오면 현지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모바일 헬스 시스템이다.
양 CSO는 "한국에 와서 하성민 사장과 이석채 회장에게 GSMA 내년 트렌드를 설명했더니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며 "당장 눈앞에 놓인 수익을 쫓지 말고 이통사와 정부가 함께 투자해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800개 이통사업자들의 전략을 지휘하는 GSMA CSO는 CEO급인 협회장(Director General)에 이어 2인자 직급이다. 양 CSO가 동양인 최초로 이 자리에 발탁되며 그간 서양인 위주로 운영되온 GSMA 유리천장을 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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